분양신청 시점 투기과열지구 여부 따져
"사업 막판 지정될 경우 대량 현금청산"
문재인 정부 3년동안 6억원 이하의 아파트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3년동안 6억원 이하의 아파트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당정이 도입을 추진하는 재건축 2년 거주 규제가 사실상 비규제지역까지 사정권에 둘 전망이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더라도 향후 조합원 분양신청 직전 지정이 이뤄진다면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도록 해석되기 때문이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재건축 아파트의 2년 거주 요건 적용 여부를 조합원 분양신청 시점으로 판단한다. 이 시점 전에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거주 요건이 없어지고, 반대로 지정될 경우 갑자기 거주 요건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 ‘6·17 대책’을 통해 도입이 발표된 2년 거주 요건은 재건축 조합의 분양신청 전까지 2년을 거주한 조합원들에게만 새 아파트를 배정하는 게 골자다. 국회에 발의된 도정법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투기과열지구에서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에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은 공포 후 3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이르면 연말 적용이다.

다만 개정안은 부칙을 통해 현재 투기과열지구인 곳은 법 시행 이후 설립된 조합부터 적용하도록 예외규정을 뒀다. 아직 조합 설립을 하지 못한 서울 강남권 주요 추진위원회가 조합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연내 조합을 설립한다면 2년 거주 요건이 생기는 걸 피할 수 있다. 또 국토부는 법 시행 이후 설립된 조합이라 하더라도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기 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경우 거주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분양신청 시점의 기준을 정반대로 읽으면 현재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수도권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언제든 2년 거주 요건을 적용받을 수 있다. 분양신청을 받으려는 시점에 집값이 올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경우 갑자기 거주 요건이 생기는 것이다. 이땐 해당 단지에 거주한 이력이 없거나 누적해서 2년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는다. 그동안 사업 추진에 동의하고도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모조리 현금청산되기 때문이다. 현금청산은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통상 시세보다 낮다.

국토부도 이 같은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의원입법 형태를 빌려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별도의 예외규정을 부처가 마련하는 시행령에 둘 계획은 없다”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에 부칙을 마련하는 형태로 구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투기과열지구도 언제든 거주 요건이 언제든 ‘끼어들기’를 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소위 심사 과정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관련 법률의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을 보면 속전속결 형태가 많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우려도 크다.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경우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를 연거푸 통과하는 과정에 겨우 사흘이 걸렸다. 논의 과정에서 지적된 빈틈이나 부작용이 손질을 거치지지 않으면서 법 시행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땜질 해석이 나오는 중이다.

수도권에서 아직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은 경기 고양 일산동·서구와 성남 중원구, 의정부, 인천 계양·부평구 등이다. 도정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안을 반영하지 않고 통과될 경우 이들 지역의 재건축은 언제 닥칠지 모를 변수를 안고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 셈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자칫하면 10년 이상 보유하고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해 집을 잃게 되는 대량 현금청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그간 사업을 이끌어오던 조합원들이 열심히 집을 지어 일반분양자들에게 바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