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1만3561개로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7월 31일(3만8427개)과 비교해 64.7%가량 줄었다.

전세 매물 씨말라…3710가구 성산시영 달랑 1건
서울에서 전세 매물이 가장 많이 감소한 자치구는 송파구였다. 이 기간 84.1% 줄었다. 이어 △은평구(79.2%) △양천구(78.8%) △광진구(76.2%) 등의 순이었다.

9510가구에 달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전세 물건이 이날 기준 10여 개에 불과했다. 서울 은평구 최대 단지(2441가구)인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의 전세 매물은 14건이다. 3710가구 규모인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는 전세 물건이 단 1개뿐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세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올 하반기 들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평균 109.0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월 117.5까지 치솟았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길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아파트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전세를 낀 매물이 점차 쌓이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이달 들어 7.8% 늘었다. 증가한 매물의 상당수가 전세를 낀 것으로 분석된다.

아실 관계자는 “전세 낀 집을 사면 계약갱신청구권제 때문에 실입주 여부가 불투명해 가격이 싸게 나와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