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절벽' 상황인데 "안정됐다"며 자축한 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2일 밝혔다. 하지만 매매와 전·월세 계약이 모두 급감하는 ‘거래절벽’ 상황인데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자평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투기수요 근절을 위한 법·제도가 구축되고 8·4 공급대책 등 전례 없던 종합 정책 패키지를 마련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매시장의 경우 서울 아파트는 7월 첫째주 0.11%에서 8월 넷째주 0.01%로 상승세가 사실상 멈춘 모습”이라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8월 둘째주부터 3주 연속 0.0%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멈췄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전세시장에 대해선 “임대차 3법 시행 전 미리 전세가격을 올리거나 신규 전월세 입주 수요를 중심으로 상승하기도 했지만 8월 첫째주부터는 3주 연속으로 상승폭이 감소했다”며 “임대차 3법이 본격 정착되고 월차임전환율 조정 등 보완방안이 시행되면 전월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시장도 결국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급 상황에 따른 시장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반드시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수요·불법거래를 근절해내고 실수요자 대상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거래절벽을 가격 안정으로 보는 착시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2145건으로, 지난달(1만616건)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7·10 부동산 대책 직후 열흘(11∼20일)간 거래량은 2428건으로 대책 직전 열흘(1∼10일, 5544건)의 43.8% 수준으로 줄었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송파 래미안파크팰리스 84.93㎡는 지난 5일 15억2000만원으로 직전 최고가격(13억4500만원)보다 13% 높은 1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목동신시가지3(64.98㎡)도 14억9900만 원에서 15억2400만 원으로 최고가 기록을 깼다.

거래절벽 속 가격 상승 현상은 전월세 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월 대비 0.65% 올랐다. 6월(0.24%)과 7월 (0.45%) 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지난 7월 31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여파로 분석된다.

전월세 계약은 급감했다. 지난달 서울 지역의 전월세 임대차 계약 건수는 6078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서울 임대차 거래가 월 1만 건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