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허위매물 단속이 시작되자 전·월세 물량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월세 안내문이 내걸린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한경DB
부동산 허위매물 단속이 시작되자 전·월세 물량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월세 안내문이 내걸린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한경DB
정부가 지난 21일부터 허위매물을 내놓을 경우 건당 500만원 과태료를 물리면서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의 허위 및 중복매물이 대거 사라졌다. 중개업소에서 호가를 1억~2억원 내려 손님을 유혹하는 ‘미끼매물’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전 일부 중개업소는 소비자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네이버 전세매물을 보고 연락하면 “해당 물건은 팔렸으니 다른 반전세나 월세매물을 소개해주겠다”는 식으로 영업해왔다.

정부 단속에 허위·중복매물 증발

정부가 허위매물을 단속하면서 전세 허위 및 중복 매물이 없어지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 통계 앱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물건은 과태료를 물리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 여파로 크게 감소했다. 서울 전세 물건은 현재 1만5828건으로, 한 달 전 3만8906건의 절반 수준이다.

'과태료 단속'에 허위 전세매물 사라졌다
특히 송파구, 양천구 등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 매물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날 기준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송파구(-80.7%) 양천구(-75.9%) 동작구(-70.5%) 은평구(-68.1%) 등의 순으로 전세매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줄어든 물량은 대부분 허위·중복매물로 추정된다.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의 전세매물은 한 달 전 873건에서 95.6% 감소한 39건을 기록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도 1075건에서 89.5% 감소해 113건으로 집계됐다. 이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87.1%),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87.0%) 등 대단지 아파트의 감소 폭이 컸다.

공인중개사가 허위·중복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전세물건이 ‘제로’를 기록한 단지도 나왔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7단지 1만2252가구의 전체 전세물량은 9건으로 기록됐다. 이 가운데 목동신시가지 1, 2단지는 전세매물이 한 건도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끼 물량이 줄면서 전세 문의가 크게 감소했다는 게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반포동 백마공인 관계자는 “5일 전까지 ‘매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 응대에 바빴는데 이번주 들어선 전화 한 통이 없다”며 “허위매물 단속과 휴가, 방학 등 계절적 요인이 겹쳐 문의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장기간 상승한 점도 전세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12일 16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17억원에 매물이 올라왔지만 높은 전세가격 때문에 한 달이 넘도록 거래가 안 되고 있다.

9~10월 성수기 전세난 가중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는 9~10월 이사철을 맞아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감정원도 이날 주간아파트가격동향 보고서에서 “임대차3법과 재건축 아파트 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육환경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북의 주거 밀집지역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도 전세 매물 씨가 마르고 있다. 상계동 P공인 관계자는 “상계동 보람 아파트 3315가구 단지 내에 전세가 하나도 없다”며 “임대차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한 재계약이 증가하면서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는 거래가 감소하는 가운데 호가는 상승세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14일 최고가(35억7000만원) 대비 3000만원 높은 36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권을 위주로 법인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많지 않은 수준”이라며 “집주인들이 매매·전세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고 있어 강보합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