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경기로 전셋값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10억원 전세 거래가 나온 고양시 일산동구 킨텍스원시티M2블록.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에서 경기로 전셋값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10억원 전세 거래가 나온 고양시 일산동구 킨텍스원시티M2블록.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달 31일 시행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촉발시킨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경기로 퍼져나가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는 전셋값이 10억원을 기록한 아파트 단지가 사상 처음으로 나왔다. 과천, 광명, 남양주 등에서도 이달 들어 전세 신고가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자들이 유입되고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경기 지역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전셋값 신고가 속출

26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 있는 주상복합 킨텍스원시티M2블록(959가구) 전용면적 104㎡는 지난 24일 보증금 10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일산 지역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에 오른 첫 사례다.

경기도로 번진 전셋값 오름세…일산 '전세 10억' 아파트 나왔다
이 주택형은 지난 5월 7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된 후 한동안 거래가 없다가 3개월여 만에 보증금이 2억5000만원 뛰었다. 매매 호가는 15억원 정도다. 킨텍스원시티M2블록은 지난해 8월 입주한 신축인 데다가 단지 앞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역이 예정돼 있다. 건너편 단지인 킨텍스꿈에그린(1100가구) 전용 94㎡는 전세 매물이 단 한 개만 나와 있는데 호가가 9억원이다. 이 주택형은 지난 4월 보증금 6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경기권 다른 지역에서도 신고가 전세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4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전용 84㎡는 최근 이보다 8000만원 오른 5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과천시 별양동 래미안센트럴스위트 전용 59㎡는 지난 10일 8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전고가는 지난 6월 7억1000만원이었다. 남양주시 다산동 다산e편한세상자이 전용 84㎡는 지난 22일 5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까지 최고 4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6% 올랐다. 경기도 전세가격 주간 상승률은 올 상반기 매주 0.1% 이하였지만 지난달부터 상승폭이 커졌다. 이달 들어서는 주간 상승률이 0.3%에 육박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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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일산 광명 등에서 전셋값이 뛰고 있는 데 대해 “서울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경기 지역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높아진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경기 지역으로 대거 넘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경기권의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서울(189.6)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4월 둘째주(4월 13일 기준)까지만 해도 서울 153.2, 경기 146.4로 차이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 숫자는 국민은행이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0~200 사이의 심리 지수로, 100보다 크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경기 지역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 분석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기 지역 내 전세 매물은 한 달 전과 비교해 약 23.5% 감소했다. 남양주시 다산동 C공인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세입자와 분쟁이 우려되면서 전세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매물이 계속 줄면 세입자들이 이사갈 집을 구할 수 없는 ‘전세 대란’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리는 사람들이 경기 지역으로 많이 이사 가고 있어 수도권에서 전세를 구하는 일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