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몰린 예비청약자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한경DB
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몰린 예비청약자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한경DB
지난주 청약시장에선 이른바 ‘DMC 3총사’가 화제였습니다. ‘DMC센트럴자이(증산2구역)’와 ‘DMC파인시티자이(수색6구역)’, ‘DMC아트포레자이(수색7구역)’가 동시 청약을 진행했기 때문인데요. 일반분양 물량을 모두 합치면 1200가구나 되는 데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가격이었죠.

중요한 건 이들 단지의 당첨자 발표일이 모두 같다는 점입니다. 현행 청약제도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단지에 동시 당첨될 경우 양쪽의 당첨이 모두 취소됩니다. 불행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3개 단지 중 한 곳만 청약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수요는 갈리는 것이죠. 청약가점이 22점에 불과한 제가 요행이라도 바라는 셈 치고 3년 만에 청약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추천도 부지런히 했습니다. 가점 경쟁력이 낮은 이들에겐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권했죠. 적어도 한 번의 기회는 더 생기니까요. 그런데 제가 신혼특공을 권했던 후배는 특공 대신 일반 1순위로 청약을 했습니다. 왜 거저 주는 기회를 날리냐고 물었더니 이 후배는 다짜고짜 화를 냅니다. 신혼특공의 소득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전형진의 복덕방통신] 모두 화난 청약시장
공공분양이든 민간분양이든 특공 같은 유형엔 일정한 자격 기준이 있습니다. 신혼특공의 경우 자녀의 유무에 따라 우선공급(75%)과 일반공급(25%) 유형이 나뉩니다. 결혼했지만 자녀가 아직 없는 이 후배는 신혼특공 일반공급에 해당합니다. 소득의 경우 세전을 기준으로 따지는데 여기서 외벌이냐 맞벌이냐가 또 다릅니다. 일반공급 유형 3인 이하 가구라면 외벌이일 땐 554만~666만원, 맞벌이일 땐 666만~722만원이 인정됩니다. 맞벌이는 소득 인정 범위가 외벌이에 비해 겨우 10% 상향되는 데 그치죠. 지난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30% 수준입니다.

후배가 화를 낸 건 이 지점입니다. 세전 소득이 각자 월 300만~400만원 수준인 신혼부부는 특공을 아예 노릴 수 없다는 것이죠. 배 부른 소리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이보다 소득이 적은 부부를 위한 물량은 75%가 따로 있습니다. 나머지 25% 물량은 상위소득자를 위한 것인데 기준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인 거죠. 차라리 아이를 빨리 갖고 외벌이 부부가 되는 게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때는 또 자금조달이 또 문제입니다. 아파트 당첨 한 달 안에 내야하는 계약금은 요즘 웬만하면 7000만~8000만원을 넘습니다. 외벌이로 500만원 정도를 버는 부부가 결혼 몇 년 만에 마련하긴 큰 돈이죠.

사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때문에 ‘7·10 대책’에서 신혼특공의 소득기준을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민간분양의 경우 분양가가 6억 이상이라면 외벌이는 최대 130%, 맞벌이는 140%까지 인정하기로 한 거죠. 지금보다 10%포인트 상향된 수준입니다. 아마 다음달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거쳐서 시행될 겁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저도 화가 났습니다. 미혼 1인가구는 부양가족이 없어 가점제에서도 불리할 뿐더러 정부가 내놓는 각종 공급확대 정책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량 추첨제인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곧 민간분양에도 도입된다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예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지분적립형 주택 또한 1인가구가 구제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읽고 있는 독자 분들도 화가 나시겠죠. 젊은 세대를 위한 혜택이 늘어날수록 중장년층 청약자를 위한 물량은 줄어드니까요. 청약 당첨을 위해 착실히 가점을 쌓아온 4050세대의 상실감도 이해가 됩니다. 그분들의 젊은 시절엔 신혼희망타운이나 특별공급 같은 건 구경도 못 해봤는데 이제 와서 기회를 나눠줘야 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청약 벌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재미있는 의견도 나옵니다. 사실 과거엔 감점제가 있었죠. 다주택자의 가점을 깎는 방식으로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겁니다. 만약 2주택자라면 10점, 3주택자라면 15점을 감점하는 거죠. 다주택자는 무주택기간 가점이 없는 데다가 감점까지 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점으로 당첨될 가능성은 낮은 거죠. 하지만 주택수 산정 기준이 가구별이다 보니 노무보 봉양 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2014년 폐지됐습니다. 이를 응용하면 음주운전을 하거나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린 이들의 청약가점을 깎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냔 이야기입니다. 줄세우기식 가점제의 변별력을 높이면서 사회 미풍양속 저해 요인을 없앨 수 있으니까요.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청약경쟁에 모두 화가 나 있습니다. 한쪽에선 차별을, 다른 한쪽에선 장유유서를 따집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과연 이 분노는 가라앉을 수 있을까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되는 시점엔 이런 갈등 없이 모두가 행복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