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년새 5000만원가량 올라 5억원에 다다랐다. 최근 1년 새엔 3500만원 넘게 올랐다. 물량은 크게 줄었다. '임대차 3법' 시행 2주 만에 15.7% 물량이 자취를 감췄다. 향후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으로 2년 전인 2018년 7월(4억5046만원)보다 4876만원 상승했다. 상승률로 보면 10.8% 올랐다. 지난달 평균 전셋값은 1년 전(4억6354만원)과 비교하면 3568만원(7.7%) 올랐다. 최근 1년간 전셋값 상승이 그 이전 1년 동안보다 가팔랐음을 보여준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16년 3월 4억244만원으로 4억원대에 진입한 뒤 2년 여 전인 2018년 5월 4억5009만원을 기록하며 4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달 5억원 턱 밑까지 쫓아왔다.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이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달엔 5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집주인의 실거주 등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못하고 서울에 새 전셋집을 구하려면 5000만원가량이 더 필요한 셈이다. 7월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은 1895만원으로, 전용면적 86.95㎡로 계산하면 4억9923만원이 돼 평균 전셋값과 같아진다.

전용 86.95㎡ 아파트를 기준으로 2년 사이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서초구다. 2년 새 1억1421만원(17.3%)이 뛰었다. 강남구가 1억253만원(13.7%) 올라 서초구와 함께 1억원 이상 상승했고, 이어 송파구(5757만원·11.1%)가 3위에 올라 이른바 '강남3구'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하며 서울의 전셋값 상승을 이끌었다.

성동구(5281만원·10.5%)와 광진구(5139만원·10.2%)가 5000만원 이상 올랐고 양천구(4537만원·9.7%)와 성북구(4천395만원·10.9%)가 4000만원 넘게 상승했다. 이어 강서구(3551만원·8.9%), 용산구(3529만원·6.8%), 마포구(3488만원·6.7%), 영등포구(3443만원·7.8%) 등의 순으로 전셋값 상승액이 컸다. 2년 동안 전셋값이 가장 적게 오른 곳은 도봉구로, 86.95㎡ 아파트 기준 1348만원(4.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어 은평구(1696만원·5.2%)와 구로구(1894만원·5.1%)가 2천만원 미만으로 올랐다.

지난달 기준 서울에서 평균 전셋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로, 전용 86.95㎡짜리 전세 아파트를 얻는데 평균 8억4936만원이 필요했다. 서초구는 7억7503만원으로 강남구와 함께 서울의 다른 지역과는 격차가 큰 1∼2위 상위권을 형성했다.

같은 조건의 전세 아파트를 구하려면 송파구에서는 5억7843만원이 필요했고, 중구는 5억6901만원, 용산구 5억6040만원, 광진구 5억5714만원, 성동구 5억5599만원, 마포구 5억5352만원, 양천구 5억1128만원 등이 있어야 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저렴한 지역은 도봉구로, 같은 면적 아파트를 얻는데 평균 3억1878만원이 들었다. 86.95㎡ 기준 평균 전셋값이 3억5000만원 밑인 지역은 도봉구와 함께 금천구(3억3172만원), 노원구(3억4401만원) 등 3개 구에 불과했다.

전세 물량 자체가 줄면서 전세가격 상승세는 더 뚜렷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주 동안 약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은 전날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이 3만2505건으로 지난달 29일(3만8557건)보다 15.7%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는 서울 25개 구 전역에서 일어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서민이 많이 거주하는 은평구(-37.0%), 중랑구(-36.4%), 구로구(-28.6%)의 감소폭이 1∼3위를 차지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58주 연속 올랐고,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서울의 경우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역세권과 학군이 양호한 지역과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전셋값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