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후 서울 내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부동산의 매물 정보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임대차법 시행 후 서울 내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부동산의 매물 정보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9주 연속 오르는 등 전국 전세 시장이 폭주하고 있다. 임차인에게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묶는 내용을 담은 새 임대차법이 전격 시행에 들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랐다. 계절적 비수기와 장마 등의 영향으로 전주(0.17%)보다는 오름폭이 소폭 줄었지만, 상승세는 59주 연속 이어지는 중이다. 전국 전셋값은 0.17% 올랐고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0.18%, 0.17%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전세 공급이 급격히 줄고 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전셋값은 이번주 0.22% 급등했다. 전주(0.30%)에 비해선 상승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오름세는 거세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신축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강동구(0.24%)가 고덕·강일동 위주로 뛰고 있다. 송파구(0.22%)는 잠실·신천동 인기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뛰었다. 강남구(0.21%)는 학군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치·도곡동 위주로 매물부족 현상을 보이는 중이다. 3000가구 규모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가 이사에 나서면서 이주 수요가 높아진 서초구(0.20%)는 잠원동 위주로 상승했다.

강북에선 마포구(0.19%), 성동구(0.17%) 등의 지역에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임대차 계약 기간을 4년(2+2년)으로 늘리고 재계약 때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게 하면서 서울 강남·북 모두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심각성을 더해가는 중이다. 임대차법 시행에 따라 집주인들은 신규 계약 때 보증금을 대폭 올려받거나, 아예 반전세나 월세로 대거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달 입주하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는 반전세와 월세가 전체 임대차 물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통상 전세가 3분의 2를 차지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9510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2018년 12월 입주)에서도 전세 매물을 구하기가 어렵다. 전용 84㎡ 매물 두 개가 전부다.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S’(593가구)는 전세 물건이 한 건도 없다. 1061가구 규모의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센트럴 아이파크’도 오는 10월 입주 2년이 되지만 전세 매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도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 전주(0.29%)보단 줄었지만 0.23% 뛰면서 여전히 높은 상승률로 고공행진하는 중이다. 오는 9월 수인선이 개통하는 수원 권선구는 호매실지구 신축 위주로 0.53% 올랐다. 수원 팔달구는 화서·우만동 위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진정?…서울 전셋값, 59주째 폭등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랐다. 10주 연속 상승했지만 전주(0.04%)보다 오름폭은 줄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7·10 대책 관련 부동산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4일 공급대책까지 발표되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시장이 안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강남지역들의 매매가격 지수는 오름세가 잦아들면서 보합을 기록한 지역도 나왔다. 강남(0.01%)·강동(0.01%) 모두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송파와 서초구는 매수 문의가 감소하며 보합으로 전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들어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토대로 ‘집값 상승세 진정 양상’ 발언을 내놓고 있다. 앞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국감정원의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매매가격지수 변동률·주간) 추세를 보면 최근 한 달 동안 0.09%에서 0.06%로, 다시 0.04%까지 낮아진 상황”이라며 “목요일(13일) 감정원 발표에서 상승률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강남 4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리 예측한 바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