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2년차 1.3만 가구에 전세 11건

우려가 현실로…전세 씨 말라
송파 헬리오시티 /한경DB

송파 헬리오시티 /한경DB

지난달 31일부터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에서 입주 2년차를 맞은 5개 단지 1만2955가구를 살펴본 결과 전세 매물은 1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2018년 10월 입주한 서울 남가좌동 DMC센트럴아이파크(1061가구)는 현재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다.

저렴한 가격에 입주한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전세 계약을 연장하거나 집주인의 실입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입주한 염리동 마포자이3차(927가구)도 전세 매물은 5개 정도다. 2018년 7월 입주한 반포동 신반포자이(607가구)도 전세 물량이 한 건에 그쳤다.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몇 안 되는 전세 매물도 곧 월세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에 입주 2년이 되는 단지도 매물을 찾기 힘들다. 2018년 11월 입주한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850가구)은 학군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전세 매물은 3개밖에 없다. 9510가구에 달하는 가락동 헬리오시티(2018년 12월 입주)에서도 전세 매물이 단 2개 나와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후폭풍
대단지도 '전세 가뭄'…헬리오시티 2건·DMC아이파크는 0건
세입자 권리를 대폭 강화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지난달 31일 시행되면서 서울 강남·북 모두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세입자들이 계약을 연장하거나 집주인들이 실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로 인한 2년 연장 계약으로 소멸되는 전세 매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사라지거나 반전세와 월세로 바뀌고 있다. 다음달 입주하는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는 반전세와 월세가 전체 임대차 물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통상 전세가 3분의 2를 차지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개포동 포레스트 공인 관계자는 “가능하면 집주인이 입주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반전세와 월세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9510가구 헬리오시티에 달랑 2건…'전세 소멸' 시작됐다

1061가구 규모의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센트럴 아이파크’도 오는 10월 입주 2년이 되지만 전세 매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입주 때 싸게 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이 계약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가좌동 B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말에 마지막 남은 매물 두 건이 모두 계약 완료됐다”며 “전세가격이 1억원 넘게 올랐지만 기존 세입자는 2500만원만 더 내면 연장할 수 있어 모두 갱신청구권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850가구)은 11월 전세 만료 기한을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일원동 K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시세 대비 3억~4억원 오른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맺기 위해 신혼부부 세입자를 내보낸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9510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2018년 12월 입주)에서도 전세 매물을 구하기가 어렵다. 전용 84㎡ 매물 두 개가 전부다. 가락동 D공인 관계자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들은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고민 중이고, 세입자들은 버틴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S’(593가구)는 전세 물건이 한 건도 없다. 이 단지보다 1년 앞서 입주한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421가구)는 지난 8일 전세 매물 한 개가 나온 정도다. 서초동 H공인 관계자는 “강남에서는 특히 세금을 줄이기 위한 집주인 실입주가 대세”라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으려면 들어와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실입주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이면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B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계약서상으로는 5% 임대료 인상이라고 하고 실제로는 더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군 등을 이유로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하는 세입자들이 이 같은 이면계약에 어쩔 수 없이 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정철/장현주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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