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정부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8일 과천에서 진행한 반대 집회 (사진=뉴스1)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정부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8일 과천에서 진행한 반대 집회 (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활기를 띠던 경기 과천 부동산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정부가 최근 ‘8·4 공급대책’에서 정부과천청사 부지와 유휴지에 4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 우려 속에 아파트 매수세가 끊기고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연이은 대책 이후 매수 문의 ‘뚝’

공공주택 4000가구 발표에…과천 집값 한달 새 1.7억 '뚝'
10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8·4 대책 발표 이후 과천 부동산시장에서는 매수세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요 단지의 거래가와 호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과천 원문동 과천래미안슈르(2899가구) 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13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달 6일 거래가 15억5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호가도 평균 14억~15억원 수준이다. 원문동 S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가물에 콩 나듯 이뤄지는데 호가보다 5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지역 다른 아파트도 비슷하다. 중앙동 과천래미안에코팰리스(659가구) 전용 59㎡는 6일 12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6월에는 비슷한 층 매물이 12억7000만원에 팔렸다. 4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별양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543가구) 전용 84㎡는 호가가 평균 17억원 선이다.

과천 아파트 매매가는 6월 초까지 20주 연속 하락(한국감정원 기준)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안정되면서 6월 중순부터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정부의 잇단 대책 발표로 시장 분위기가 다시 식기 시작했다. 과천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까지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중앙동 H공인 대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거래도 많이 이뤄졌지만 이달 며칠 사이 거래가 종적을 감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매·전세 공급 과잉 우려도

과천 중개업계에서는 정부 계획대로 정부과천청사 부지 등에 4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이 들어서면 자칫 공급 과잉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근에서 건설 중이거나 예정된 신규 아파트 단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과천청사 일대는 공사장이 적지 않다. 맞은편에는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과천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2128가구)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에는 e편한세상시티과천(549실), 힐스테이트과천중앙(319실) 등 오피스텔 공사도 진행 중이다. 시 외곽에 있는 지식정보타운에서만 8422가구(12개 단지)가 공사 중이다. 2026년 과천주암 공공지원 민간임대지구에서도 570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대규모 입주도 예정돼 있다. 오는 12월 부림동 주공7-1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1317가구)이 입주한다. 내년 1월 과천위버필드, 11월에는 과천자이(과천주공6단지·2099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여러 단지의 입주 시기가 겹치면서 전세시장에 물량 부담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교통, 인프라 등을 확충하는 방안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천은 그동안 교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원문동 거주민 A씨는 “지금도 출퇴근 시간만 되면 과천대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며 “교통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아파트 물량만 늘면 교통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천=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