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전세난 조짐
전세가 > 매매가 역전도 속출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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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매매 하려는 분은 없고 전세 찾는 분들만 있네요. 전세 매물이 아주 귀합니다.”(청주복대동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청주 복대동 세원느티마을 아파트는 총 526가구 중 최근 전세 매물은 1개에 불과하다. 매매는 19개의 매물이 나와 있지만 이에 비해 전세 매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셋가는 매매가격 만큼 뛰었다. 전용 59㎡의 경우 1억4000만~1억6000만원에 매매 호가가 형성돼 있는데, 전세 호가도 비슷한 수준인 1억6000만원대다. 매매가격이 소폭 내린 반면 전세는 2000만~4000만원 가량 상승해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이 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지방으로 옮겨 붙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일련의 대책들이 오히려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전셋값이 매매가격 만큼 뛰어"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지수는 전달 대비 4.7포인트 상승한 102.8로 높아졌다. 2017년 10월 이후 3년여만에 이 지수가 100을 넘었다. 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의미다. 쉽게 말해 매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방 아파트들도 전세수급지수가 100에 거의 다다랐다. 지난달 93.2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5.1포인트 뛰었다. 지방에서도 전세난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해지자 임대료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지방 아파트의 중위 전셋값은 전월보다 70만3000원 오른 1억4541만7000원이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매물은 줄고 있다. 1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이 한자릿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938가구의 천안 서북구 쌍용동 해누리선경 아파트에는 전세 매물이 4개밖에 없다. 반면 매매 매물은 39개에 달한다. 경남 창원시 대방동 개나리1차 아파트는 1000가구 넘지만 전세 매물은 9개에 불과하다. 인근 920가구의 대방덕산타운도 전세 매물은 3개밖에 없다.

매물 품귀현상 탓에 집값을 추월하는 전세 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지방의 낡은 아파트에서는 이미 역전현상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충남 천안 쌍용동 주공7단지2차(전용 41㎡)는 최근 7030만원에 매수한 매수자가 나타나자마다 전세로 8500만원에 계약이 나왔다. 갭이 오히려 마이너스(-) 1470만원인 셈이다. 매매 계약을 하고 세입자에게 돈을 받는 꼴이 됐다. 전세 호가는 7000만원대인데 비해 매매가는 6000만원대에도 호가가 나와 있다. 강원 원주 단구동 청솔7차(전용 59㎡) 역시 지난 6월에 8800만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반면 전세계약은 1억원에 이뤄져 갭이 -1200만원이 됐다. 매매는 8000만원 초반에도 매물이 나와있지만, 전세는 9000만원까지 호가를 부르는 등 역전세가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지방 아파트까지 전세난을 가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율을 높인 7·10 부동산 대책의 유탄을 맞아 매매가는 내렸지만, 곧 이어 ‘임대차 3법’이 나오면서 전셋값은 올랐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서울보다는 수도권, 수도권보다는 지방 주택을 먼저 내놓으면서 매매 매물은 많아졌지만, 임대차 3법 이후 전세 물량이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매매 불안해 전세 선호"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주 복대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앞으로 매매 전망도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매매 수요자들이 거의 대부분 전세 매물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귀띔했다. 창원 대방동의 K공인 대표도 "집주인들은 임대차 3법으로 전세를 놓을 경우 매매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전세 놓는 것을 꺼리거나 값을 많이 올려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반면 세입자들은 매매시장이 불안하다고 여겨 전세만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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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를 구하고 있는 수요자들은 난감한 처지다. 김해에서 청주로 이사해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이모 씨(29)는 "직장 때문에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전세가 없어서 큰 일"며 “지방은 집값이 내린다고 해 매매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이삿날은 다가오고 마땅한 전셋집은 없어서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세입자들 사이에선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비해 높은 탓에 집주인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줄면서 지방까지 전세가격이 뛰는 분위기지만, 환금성이 좋지 못하거나 향후 시세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지역이 많아 전세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매매보다 임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지역은 경기가 나빠져 집값이 급락할 경우 깡통 전세가 많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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