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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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실패한 정책도 그나마 의도는 선(善)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로제의 획일적 시행, 비정규직의 무차별적인 정규직 전환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은 정책들이 약자 보호라는 '착한 명분' 때문에 그래도 이해되고 일부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많은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금폭탄 등 다주택자 규제와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보호법 등도 무주택자와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선한 의도로 포장돼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선 "의도는 선하지만 방법론이 틀렸다"는 식의 지적을 많이 했습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경구도 많이 인용됐지요.

그러나 정부의 그릇된 정책이 과연 의도가 진짜 선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최근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에서 나타날 부작용과 역효과가 뻔히 보이는데도 그런 비판과 지적은 아랑곳 않고 밀어 붙이는 행태를 보면서 그랬습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정책입니다. 다주택자 규제가 임대주택 공급을 줄여 무주택자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임대차보호법이 월세전환을 가속화해 임차인을 영원히 무주택자로 남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건 주택시장의 기본 원리만 이해해도 예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은 전문가들과 언론이 입이 닳도록 지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밀어 붙였습니다. 예상했던 부작용은 이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정말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을까요.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다보면 '정말 모르고 그랬을까'라는 의심이 생깁니다. 일각에서 "정부·여당은 집값을 잡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오히려 서울 강남 집값을 더 올려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킴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 것"이란 식의 음모론적 해석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해석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과거 저서에서 "부동산 정책은 정치"라고 말한 것이 더 힘을 싣었습니다. 김 전 실장은 2011년 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란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중략)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된 고소득층은 한나라당에 투표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민주당이나 야당이다.(중략)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재개발되어 아파트로 바뀌면 투표성향도 확 달라진다. (중략) 노무현 정부가 국민임대주택을 연간 10만호씩 공급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라는 이름으로 분양주택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주택의 정치학에서 보자면 당연한 경향성의 차이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부동산 정치, 이제 엄연한 현실이자 또한 반길 일이다"고 말합니다.

이걸 보면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지지층과 비(非)지지층으로 나누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여당의 윤준병 의원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됩니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공공임대 위주로 하겠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주택자가 평생 자기 집을 갖지 못하고, 유주택자와 자산 격차가 더 커지더라도 여당의 지지층으로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제 시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결과적으론 실업자를 늘리는 방향이었다는 점에서 '선한 의도'를 의심 받을 만합니다.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이 취약계층 일자리를 빼앗고, 52시간제가 일자리를 늘리지 못한다는 건 선진국 사례와 여러 연구결과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약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비판과 지적을 무력화하고 강행했습니다. 정말 무지한 것이 아니었다면 의도가 불순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선한 의도로 시작한 건데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건 지나친 오해이고 모략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정부·여당이 정말 '나쁜 의도'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지적은 꼭 하고 싶습니다. 정부가 정말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면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겸허히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생활과 직결돼 있는 경제정책은 특히 그렇습니다. 정부·여당이야 말로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개혁을 저지하거나 문재인 정부를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으로 봐선 안된다는 얘깁니다.

차병석 수석논설위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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