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현실성 없다" 우려에도
일단 발표 후 부랴부랴 보완책
안개에 휩싸인 서울 여의도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안개에 휩싸인 서울 여의도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 해제된 구역이 ‘공공재개발’에 포함되면 주민 갈등을 다시 야기할 수 있습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에도 역행하고 투기를 조장할 수 있는 측면도 있어요.
지난 6월 서울시의 공공재개발 담당자와 나눈 대화입니다. 정부는 앞서 ‘5·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에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을 도입하기로 했었죠. 당시엔 명시하지 않았었습니다만 6월 정책설명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제된 재개발구역은 사업지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많은 정비구역을 직권해제 해왔는데 다시 사업 동력을 주는 것도 웃긴 모양새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8·4 대책’을 잘 뜯어보면 공공재개발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해제구역을 포함해서라도 대상 사업지를 늘리겠다는 거죠. 그때는 없던 이유가 갑자기 생기기라도 한 걸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이렇게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니까요.

이번 대책은 이 같은 땜질식 처방이거나 면밀하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공참여형 재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적률 상향과 종(種) 상향, 50층 재건축…. 단어로선 휘황찬란하지만 속 빈 강정입니다. 조합 이익과 비례해 부담금을 걷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조합 입장에선 50층으로 집을 더 많이 지어봤자 내야 할 돈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로 기대이익도 감소한 상황에서 선뜻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수용할 리 만무합니다.

직전 ‘6·17 대책’에선 초기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한 거주의무까지 신설됐습니다. 올 연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된 이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설립한 조합은 2년 실거주한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만 새 아파트 분양자격을 줘야 합니다. 요건을 갖추기 힘든 이들은 당연히 사업에 동의할 리 없겠죠.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은 인별 기준 75%, 동(棟)별 50%입니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은 사실상 이들 초기 단지들이 대상인데 사업 초기부터 진척이 어려운 구조인 셈이죠. 공공재개발을 발표할 때처럼 사업을 택하는 대가로 어떤 면에선 이득을 주겠다는 유인이 확실히 나왔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다음주부터 공공참여형 재건축과 관련한 실무회의를 가질 계획입니다. “확실한 당근이 필요하다”는 서울시와 “큰 틀은 이미 정해졌다”는 국토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확실한 건 대책 발표 한 주도 지나지 않아 보완 대책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겁니다.

설익은 정책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여권에선 부랴부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서민 부담이 높은 월세화가 급격히 진행될 조짐을 보이고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죠. 법 시행 이전부터 지적됐던 부작용입니다. 하필면 개정 법안은 공포 즉시 시행이어서 충격을 완화할 장치가 마련될 새도 없었죠.

세법은 또 어떨까요. ‘숨 쉬는 것조차 세무사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젠 세무사들도 제대로 모르는 지경이 됐습니다. 양도소득세의 근거인 ‘소득세법’은 3년째 연일 개정을 거치면서 누더기가 됐습니다. 이번엔 취득세까지 손댄 탓에 ‘지방세법’까지 꼬일 대로 꼬였습니다. ‘7·10 대책’의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많이 바뀌었죠. 주택수를 따질 때 오피스텔이나 입주권, 분양권 등도 포함하는 내용으로 말이죠.

예를 들어 7월 10일 이후 오피스텔을 취득한 사람이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살 땐 바뀐 세율대로 8%의 취득세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주택을 갖고 있던 사람이 새로 오피스텔을 살 땐 8%가 아니라 기존대로 4.6%의 건축물 취득세를 냅니다. 오피스텔은 다른 집을 살 때 주택 숫자에 포함될 뿐 그 자체를 취득할 땐 주택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죠. 복잡하지만 단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바뀐 세제와 관련해 경과조치나 유권해석이 나와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지상담병(紙上談兵)’이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한다는 말로, 탁상공론과 같은 의미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는 실무가 아닌 병법 이론에만 밝은 조괄을 내세워 진(秦)나라에 맞섰고, 결국 멸망했습니다. 정부가 벌이는 ‘부동산과의 전쟁’도 이론과 실제의 괴리가 고사만큼이나 치명적이진 않은지 돌아볼 일입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