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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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제시한 13만2000가구 공급 목표가 현실성 없는 수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 5만 가구와 공공재개발 2만 가구가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제 공급 가능한 물량은 8만여 가구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5일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8·4 대책에서 공공 재건축·재개발에 조합이 어느 정도 참여할지 사전 수요예측이 없었다. 공공재건축 5만 가구는 안전진단 통과 후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사업장 93곳, 26만 가구 중 20%가 참여한다고 가정한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참여율 20%도 임의로 추산한 수치”라며 “개발 사업장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와 의견조회 등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대이익의 90%를 환수하는 공공재건축이 발표되자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는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 전 재건축사업장 93곳 중 절반 이상이 강남권에 있다. 강남권 재건축이 외면하면 공공재건축을 통한 공급 물량은 5만 가구의 절반 수준인 2만~2만5000가구가량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재개발 2만 가구 역시 사전 수요예측 등 없이 임의로 추산한 수치다. 뉴타운 등에서 해제된 재개발구역 가운데는 이미 도시재생사업 등을 진행 중인 곳도 많아 참여가 적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개발로 1만 가구 이상 공급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공릉동 태릉골프장(1만 가구)과 상암동 상암DMC 미매각 부지 개발(2000가구) 등도 지방자치단체 반발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13만 가구 중 공급 가능한 물량은 8만여 가구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5·6대책 '공공재개발' 단 1곳도 참여 안해

공공재건축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참여한 재건축 사업에 용적률 500%, 최대 50층까지 허용해주는 방식이다. 증가한 용적률의 최대 7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조건이다. 민간재건축 단지들에는 큰 메리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요 재건축 단지는 공공재건축에 관심이 없다”며 “재건축을 할 수 없는 강북의 용적률 200%가 넘는 소규모 단지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도 불안 요소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공공재개발 대상을 정비구역 지정 후 해제된 지역까지 넓혔다. 지난 5·6 공급 대책 때는 신규 사업장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지난 3개월간 참여 의사를 밝힌 사업장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부랴부랴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과천시, 마포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반시설 없이 임대주택을 너무 많이 짓는다”고 반발하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 소유 부지 개발이기 때문에 지자체 반발이 큰 변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지자체들은 개발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최진석/성수영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