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수익 90% 환수한다는데…

용적률 500%에 50층 지으라며
기부채납은 50~70% 책정

도심 재건축단지 '시큰둥'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불만
정부가 4일 공공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정부가 4일 공공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정부가 4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서울 강남 재건축 활성화를 노린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도심 내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해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단 규제 완화 대상을 ‘공공참여’ 단지로 한정했다. 기부채납(공공기여) 등의 방식으로 기대수익의 90%를 환수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참여하는 재건축 단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크다. 인허가권을 보유한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공공재건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부담이다.
강남·여의도 "공공재건축 메리트 없어…임대 많고 간섭 싫다"

공공재건축 두고 정부·서울시 ‘엇박자’
공공재건축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선 조합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500%는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이다. 이를 위해 종상향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고밀 재건축을 통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당초 50%가 유력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 기부채납 상한 확대를 강력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 신혼부부 및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원래 용적률 250%면서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 가구 수가 500가구인 재건축 단지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경우 용적률 500%를 적용받아 가구 수가 500가구 더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 중 최대 350가구는 기부채납해야 한다. 조합으로선 참여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대책 마련에 참여해온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것도 문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날 오후 시청에서 별도 브리핑을 열고 공공재건축에 대해 “애초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서울시는 비정상적으로 멈춘 민간 재건축 사업을 정상적으로 해야 하고, 재건축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간 재건축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주되 강화한 임대주택 비율을 인센티브 차원이 아닌, 의무 규정으로 집어넣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내놓은 만큼 공공재건축을 통한 실제 공급량이 정부 목표치인 5만 가구에 훨씬 못 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90% 환수는 참여하지 말라는 것”
강남과 여의도 등 주요 지역의 재건축 단지들도 시큰둥한 분위기다. 재건축 조합들은 “공공재건축 도입을 고려할 만한 혜택이 전혀 없다”며 기존 방식대로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여의도 삼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금 수준의 용적률로도 사업성이 충분히 나오는데 굳이 LH, SH공사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며 “50층 고밀 개발을 해도 성냥갑 아파트로 주거의 질이 떨어지고, 개발이익의 90%를 가져가면 혜택이 없다”고 지적했다. 압구정3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의 층수 규제를 푼 것은 의의가 있다”면서도 “압구정 아파트는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라 1 대 1 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어 공공재건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건축에 참여해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는 점 역시 조합으로선 마이너스다. 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비율이 높아지고, 공공기관 눈치까지 살펴야 하는 공공재건축을 하느니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버티겠다는 집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실거주 요건 때문에 인테리어 공사까지 한 뒤 실입주한 집주인도 늘고 있어 당장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강남권 재건축 조합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통해선 양질의 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외곽의 사업성이 부족하고 추가 분담금이 부담스러운 초기 재건축 단지 일부가 공공재건축을 선택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기대이익 환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석/윤아영/장현주/이동훈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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