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16년 만에 재점화하면서 한국감정원의 통계 기준 이번주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셋값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세종시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16년 만에 재점화하면서 한국감정원의 통계 기준 이번주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셋값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세종시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여당의 ‘세종시 천도론’이 나오면서 가격이 치솟는 중이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는 이번주 세종 아파트값(23일 기준)은 전주보다 2.95% 오르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한 주 만에 이렇게 집값이 많이 오른 사례는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집값 급등·거래량 폭발

세종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24.94%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부터는 매주 1%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세종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본격화하면서부터는 오름폭이 더욱 가팔라져 3%에 가까운 변동률을 나타냈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매매가는 1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세종 새롬동의 ‘세종더샵힐스테이트 새뜸마을 11단지’ 아파트(전용 84m²)는 이달 초 9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6억9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루어진 것과 비교하면 반년 새 2억5000만원 가량 올랐다. 이 단지를 중개하는 H공인 중개사는 "하루에도 5~6건씩 전화가 오는 등 요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향과 층이 좋은 매물은 11억원 이상 호가를 부른다"고 말했다.

반년새 실거래가가 3억원 가까이 상승한 단지들이 줄줄이 나오는 중이다. 중촌동의 ‘가재마을12단지 중흥S클래스 센텀파크 2차’ 전용 84m²은 올 초 4억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지난 27일엔 6억8000만원에 팔렸다. 한솔동 ‘첫마을3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4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초엔 7억50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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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거래도 늘고 있다. 세종 고운동의 ‘가락마을 11단지’ 아파트는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최근 세 달간 22채나 팔렸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 매매 계약이 단 1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세종 아파트 거래량은 총 6512건으로, 일평균 36건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량(9건)에 비해 300% 급증한 것이다.

"정책실패가 투기수요만 부를 것"

부동산업계에선 여당의 ‘세종시 천도론’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봤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국회를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이 모두 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물론 정부부처와 청와대 등도 옮겨가 행정수도가 완성돼야 최근 논란이 되는 부동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한국감정원은 “행정수도 완성기대감 등으로 세종시 전역에서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인근지역에서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영향도 있다. 기존에는 비규제지역이던 대전이 6·17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이들에 몰렸던 수요가 대거 세종시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고운동 K공인 관계자는 “아직까진 대전에 비해선 매매가가 덜 올랐다고 생각해 세종으로 유입되는 투자자나 실거주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시 한솔동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세종시 한솔동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매맷값은 뛰자 전세가까지 동반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세종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번주 2.17% 급등했다. 전주(0.99%)도 많이 올랐는데 이번엔 상승률이 두 배 이상 더 높다. 올 들어 누적으로 세종 전셋값은 16.36% 올랐다

중촌동 ‘엠코타운’ 전용 59m²의 경우 지난 28일 2억4000만원(15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주택형 25층이 약 반년 전엔 9000만원 더 싼 1억5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급등한 셈이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H중개업소 대표는 “매매도 전세도 매물이 없다”며 “임대차3법을 앞두고 전세가 사라질까봐 세입자들의 마음이 다급한데 벌써 매물이 없으니 수요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앞으로 세종 부동산 수급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전에서 세종시로 넘어오는 실수요자가 많고, 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이 커지면 수요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하지만 공급은 계속 줄고있는 형편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세종시의 올해 입주 물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세종시 입주 물량은 2015년 1만7381가구로 정점을 찍는 등 매년 1만가구 이상이었지만, 올해 5600가구, 2021년 7668가구로 감소하게 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세종시는 입주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도시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며 가격이 자연히 오르는 상황이었다"며 "확정되지 않은 성급한 천도론이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게끔 불을 붙인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새롬동 A공인 관계자도 “이 지역 주민들이나 매매를 계획하고 있던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정부나 여당이 집값은 잡지 못하고 또 투기수요만 불러들이는 꼴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