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는데 'ATM 환치기'까지 동원하다 적발
의류 소매업자인 A씨는 수도권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이 때 생각난 게 '환치기'였다. 무자료로 매입한 의류를 중국에 밀수출하고 판매대금은 국내 환전상으로부터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받았다. 이런 환치기를 통해 고가 부동산 매입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국세청에 적발돼 소득세 수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A씨 같은 부동산 관련 탈세 혐의자 41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직장인이 법인 세워 아파트 분양권 합쳐 10채 매입

직장인 B씨는 지방에 1인 주주 법인을 설립해 아버지로부터 자금을 편법증여 받았다. 이 돈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와 분양권을 합해 총 10채의 주택을 사들이면서 본인과 법인 명의로 분산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을 회피했다.

20대인 C씨는 아버지와 큰아버지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이체받은 뒤 이를 빌린 것처럼 위장해 아파트 취득 자금을 마련하다 덜미가 잡혔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가공의 급여를 받은 것처럼 꾸몄다. B씨는 편법증여를 받은 현금에 대해 증여세 수억원을 내야 했다.

D씨는 미성년 자녀에게 상가 지분을 변칙 증여하다 적발됐다. 수도권 땅에 상가 두개 동을 신축하면서 건물 지분 50%를 미성년 자녀 두명이 공동 명의로 등기했다. 취득세를 대신 납부해 증여세도 탈루했다.

조사 대상의 절반이 30대

이번에 적발된 대상 중 고액의 가공인건비를 계상해 법인소득을 탈루한 자금으로 고가아파트를 산 법인도 있었다. 회사자금 유출해 부동산을 매입한 9개 법인과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다주택 보유자 56명도 철퇴를 맞았다.

고액 자산을 취득한 연소자가 62명이 있었고 편법증여와 사업소득 탈루 혐의를 받은 고가 주택 취득자가 44명으로 집계됐다. 고액 전세입자가 107명, 특수관계자간 가장 차입금을 동원한 탈세혐의자가 100명이었다. 탈세 혐의를 받은 중개업자와 기획부동산도 35명 있었다.

세무조사 대상 413명 중 197명(47.6%)이 30대였다. 40대가 107명(25.9%)으로 두번째로 많았고 50대 이상(49명), 20대 이하(39명) 순이었다.

국세청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11회의 기획조사로 3587명을 조사해 총 5105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서울과 중부지방국세청에 이어 인천 및 대전지방국세청에도 부동산거래탈루대응TF를 추가로 설치해 부동산 관련 탈세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과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