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보증금 1억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집을 비워달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 3법이 곧 국회를 통과합니다. 집을 보여주지 말고 버티세요.”
"임대차 3법 통과되면 甲乙 바뀐다" 갈등 키우는 규제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답이다. 전월세 상한제·신고제 등을 담은 임대차보호 3법이 시행되면 세입자는 무조건 전세 2년 연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임대료 인상 등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집주인은 어떻게 해서든지 미리 월세 등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

정부가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 외에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와 비대상자 △청년층과 중장년층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등이 충돌하고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 갈등 심각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지난주까지 54주 연속 오른 가운데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10 부동산 대책’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현행 0.6~3.2%에서 1.2~6.0%로 인상하는 등 종부세를 크게 강화했다. 집주인들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고 있다. 전세 물량이 적어 세입자들이 불리한 상황이지만 임대차보호 3법 입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전세 만료까지 기간이 많이 남은 곳에서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다”며 “임대차보호 3법 통과를 앞두고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등에서 특히 다툼이 많다”고 말했다. 강남에서는 2년 실거주 요건이 생긴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것이 충돌이 잇따르는 이유로 꼽힌다.

종부세 대상자와 비대상자들도 인터넷 카페 등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들은 “이번 대책은 세금이 아니라 벌금을 매기는 것”이라며 집단적인 조세 저항까지 펼칠 움직임인 반면 비대상자들은 “그동안 집값이 오른 폭을 감안하면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은퇴 1주택자 등의 보유세 부담이 과중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집을 팔고 외곽으로 가면 된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3일 설명자료를 통해 “전체 종부세 납세의무자는 2019년 기준 전 국민의 1% 수준, 다주택자는 0.4%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도 불에 기름을 부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국민을 종부세를 납부하는 1%와 그렇지 않은 99%로 구분지어 보는 것 같다”며 “이렇게 대립 구도를 유도하기 때문에 댓글 싸움 등이 격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과 신혼부부 혜택 과하다” 불만 폭발

청약시장에선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신혼부부 등 2030세대에 초점을 맞춰서다.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다. 청약통장 납입액과 가점 순으로 당첨자를 뽑는 일반적인 분양과 다르다. 문제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일반분양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청약 당첨을 위해 가점을 쌓아온 4050세대의 당첨 확률이 떨어지는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이 같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중장년층의 정당한 청약 기회를 박탈하지 말라’는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젊은 시절 신혼희망타운이나 특별공급 같은 건 구경도 해보지 못한 게 중장년층”이라면서 “이들의 기회를 빼앗아 젊은 층에 나눠주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신혼부부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지자 1인 가구도 불만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이 완화되고 물량까지 늘어 결혼을 안 한 독신 가구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큰 방향 없이 반발이나 논란이 일면 혜택을 주는 정책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청년층의 박탈감이 커지자 이를 달래기 위해 부랴부랴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을 늘린 게 또 다른 갈등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근본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야 다양한 세대와 계층 간 불만이 사라질 수 있다”며 “모든 문제가 살고 싶은 집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진석/전형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