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10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증세가 아닌 '불로소득 차단'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이 증여로 몰릴 것으로 보는 전망에 대해서는 "재정당국과 함께 증여가 매매보다 이득이 되지 않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7·10 부동산 대책 내용을 설명하며 세제 규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최고 6%까지 올리는 등 부동산 세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3주택자 이상과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이상의 2주택자들을 겨냥해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 등을 강화했다.

김 장관은 이번 대책을 두고 '증세'를 위한 대책이라는 지적에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증세를 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라며 "이번 대책은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제도의 변경이다"라고 말했다.

"증세 대상, 국민 전체의 0.4% 불과해"


그러면서 증세의 대상이 되는 국민은 전체에서 0.4% 밖에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책에 영향을 받는 1주택 실수요자는 거의 없다"며 "다주택을 보유하거나 단지 투자매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7·10 대책의 핵심 메시지에 대해 "주택 시장에서 다주택 보유나 단기 단타매매를 통해 불로소득을 올리는 것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이었다"고 언급했다.
김현미 "7·10대책 증세 아니고 불로소득 차단…서울 공급 충분"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에 나서도 결국 수익성이 높은 '똘똘한' 부동산에 몰리거나, 집을 증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장관은 재정당국과 함께 증여가 매도보다 이득이 되지 않도록 논의중이다"라며 "15억 이상 되는 집은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만큼 심화되지는 않겠지만, 이상징후가 있는지 면밀히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15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 관련 대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어 그런 현상이 심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지금도 충분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7·10 대책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는데 지금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서 연간 4만채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고, 최근 3년간 서울의 인허가·착공·입주 물량도 평균보다 20~30%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차 3법 도입되면,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굳이 필요없어"


민간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한 것에 대해서는 "임대등록제를 실시한 배경은 장기간에 걸쳐 임대료 상승이 낮은 상태에서 세입자들을 살게 하려고 도입한 제도다"라며 "지난 2년간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이 1.2%로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 입대등록제 효과가 없어지는 만큼 굳이 세제혜택을 주면서 임대등록제를 해줄 필요는 없게 됐다"고 전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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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 김 장관은 "4년이나 8년 등 계약기간을 설정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잘지킨 임대임들에게는 원래 계약했던 잔여기간을 인정해주기로 한만큼 불이익은 없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번 대책으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등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국회의 입법을 재촉했다. 그는 "국회에 임대차 3법이 발의됐으니 빨리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기존에 거주하는 세입자도 새로운 법 적용을 받게 하면 세입자 주거불안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매입 등록임대를 폐지함에 따라 투기수요가 다가구나 오피스텔 등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김 장관은 "이미 9·13 대책을 통해 주택을 신규 매입해 임대로 등록할 때 세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며 "그런 풍선효과는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저희가 정책을 섬세하고 선제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웠더라면,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을 것이다"라며 "저희들이 '제대로 하지 않아서'라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