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강남 매수 마지막 기회" 인식
집주인들 "강남 불패 영원…똘똘한 한채 사수"
"한 번 나가면 못 들어온다"…강남 매물 절벽 여전
강력한 부동산시장 규제가 한달 새 두 번이나 발표됐지만 강남 주요 단지의 호가는 계속 오르며 매물은 잠기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강력한 부동산시장 규제가 한달 새 두 번이나 발표됐지만 강남 주요 단지의 호가는 계속 오르며 매물은 잠기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 신혼부부 박모 씨(37)은 최근 주택매매가 녹록치 않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그가 구입을 희망하는 20억원대 주택은 매매 문의를 한 지 30분만에 1억~2억원이 올라 21억~22억원이 됐다. 그 마저도 매매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계약 절차를 시작하려 하면 집주인들이 “집값이 더 오른다는데 주변에서 팔지 말라고 말렸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기 일쑤였다. 박씨는 “강남에서 집을 사는 게 어렵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며 “당분간은 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 살 수 없겠다”고 말했다.

6·17대책에 7·10대책까지 강력한 부동산시장 규제가 한달 새 두 번이나 발표됐지만 강남 주요 단지의 호가는 계속 오르며 매물은 잠기고 있다. 수요자들 사이에선 “역대급 거래 절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이은 대책이 나왔는데도 값이 치솟고 있는 데는 그간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 더 올라 규제에 되레 불안해하는 실수요자들이 ‘지금 강남에 입성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친다’는 심리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 아파트는 이달 초 26억5500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약 일주일 전 거래된 매물(23억5000만원)보다 무려 2억원가량이 한꺼번에 오른 가격이다. 세금이 대폭 인상된 7·10대책이 나왔지만 호가는 더 올랐다. 최대 28억원까지 값이 오른 상태다. 도곡동 Y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한 번 팔리고 새로운 매물이 나올 때 마다 최소 1억원씩은 뛰는 것 같다”며 “집값이 계속 뛰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놨다가도 하루 사이에 마음을 바꿔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둔다”고 전했다.

서초동에선 래미안서초스위트 전용 84㎡가 19억9500만원 팔리며 전달 거래(18억원) 보다 1억9500만원 올랐다. 호가는 22억원까지 상승해 곧 집값이 2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배동에 위치한 방배서리풀이편한세상 전용 59㎡는 지난달 중순 16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 거래(13억7000만원) 대비 가격은 2억5000만원이 올랐다. 방배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매수자가 몰려드니 집주인들이 집을 팔고도 너무 싼 값에 거래했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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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3구 집값이 일제히 올랐다. 강남 3구에서 거래허가구역(잠실·삼성·청담·대치동) 지정을 피한 인근 단지들이 대거 상승해서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0.03%로 안정기에 접어드나 했지만 지난주엔 다시 0.12로 치솟았다. 송파구도 0.07에서 0.18로 크게 올랐고 서초구도 0.06에서 0.10으로 오름세를 키웠다. 이처럼 강남권이 많이 오르면서 서울 집값이 전주 0.06% 상승에서 두 배 가까운 0.11%로 상승폭을 넓혔다.

이번 강남 집값 급등세에는 정부의 연이은 정책 헛발질에 실망한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 규제가 나올수록 강남 집값이 잡히기 보다는 폭등에 가까운 가격 상승세를 보이자 ‘지금이 강남 입성의 막바지 기회’라고 여기는 3040세대 실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강남 3구 아파트의 40대 매수 비중은 27.3%로 전체 세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집주인들은 ‘강남 불패’가 더욱 현실화되면서 ‘강남 집 사수’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기존 집주인들 사이에선 “지금 팔면 이 가격에 다시는 강남 집에 못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시는 강남 집을 매수하지 못한다는 우려에 매물을 거두면서 잠김 현상은 여전한 상태다.

서초동에서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 씨(45)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집을 내놨던 동네 주민들은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더라"라며 “3년 전 매도 당시 13억원 중반대였던 집값이 지금은 10억 가까이 올라 20억원을 훌쩍 넘었다"고 귀띔했다.

7·10 대책 등 최근 정책이 다주택자 옥죄기에 초점이 맞춰지자 상급지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졌다. 최근 실거주 규제 강화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실종되면서 전세 대신 매수를 선택하는 수요도 늘어 더욱 매수세가 강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페널티가 생기면서 똘똘한 한 채로 옮기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강남 3구를 비롯한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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