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 잘못 신고했다간 '소송'

재건축 보유기간 잘못 계산
1억 신고한 세금 실제론 5억
불성실 신고 가산세 물어주기도
#서울 서초구의 재건축 아파트를 최근 매각한 김모씨는 보유 기간을 잘못 계산해 양도소득세가 당초 신고했던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뛰었다. 사업장 기장 대리를 주로 하던 세무사에게 일을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입주권 상태의 보유 기간까지 합쳐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잘못 계산했다.

#수도권 남부의 한 신도시 세무서는 관내 임대사업자들에게 받았어야 할 세금 30억여원을 덜 걷었다가 국세청 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부랴부랴 징수에 나섰다. 임대사업자가 거주주택을 ‘갈아타기’ 할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중과세율을 적용해야 하지만 일반세율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세제를 집값을 잡는 규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너무 많은 세제 개편이 이뤄졌다. 세무사는 물론 세무당국까지 부동산 세금을 잘못 계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세무업계에서는 “너무 복잡해서 양도세는 세무사도 계산할 수 없다”는 ‘양포(양도세 포기) 세무사’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부동산 누더기 세법에…늘어나는 '양포' 세무사들

매년 바뀌는 부동산 세제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을 적극 활용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2월 폐기됐지만, 이번 정부에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을 통해 부활해 이듬해 4월부터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게 10%포인트, 3주택자에게 20%포인트의 양도세율을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주택 수와 상관없이 6~42%를 부과하던 양도세율을 최대 62%까지 높인 것이다.

집값이 계속 잡히지 않자 2018년 ‘9·13 대책’에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율을 3.2%로 인상했다. 보유세 부담 상한도 직전 연도 대비 300%로 올렸다. 지난해 12·16 대책에서는 1가구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종부세 최고 세율도 3.2%에서 4%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한 6·17 대책에서는 법인을 통한 거래가 많다고 판단해 법인 종부세와 양도세를 강화했다.

여기에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부동산 규제에 추가적인 세제 개편안이 담길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세제 입법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보유기간 1년 미만 주택에 양도세율 80%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토지 종부세 상위 구간을 신설하는 ‘종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세제가 너무 자주 그리고 많이 바뀌다 보니 세무당국까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질의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부동산 세금은 ‘난수표’
부동산 세제가 복잡해지면서 집을 팔 때 양도세는 ‘수학 올림피아드’ 수준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득일자와 지역까지 따져가며 수십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위해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엔 취득 시점에 따라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기존 주택의 처분 시한이 달라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018년 9·13 대책 이전 새 주택(대체주택)을 취득했다면 살던 집을 3년 안에 처분하면 된다. 그러나 9·13 대책 이후 대체주택을 샀다면 처분 시한은 2년으로 줄어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구입했다면 1년 안에 팔아야 하고, 대체주택에도 1년 안에 입주해야 한다.

세무업계에서는 기장 대리를 주로 하는 세무사들은 부동산 세금을 계산하는 걸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금액 자체가 커 자칫 잘못된 세액을 신고했다가는 소송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무 컨설팅업체 미르진택스의 김호용 대표는 “세무 사고로 납세자가 내야 할 세금이 늘면 불성실신고에 대한 가산세를 세무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지금 부동산 세제는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과세당국의 유권해석조차 명확하지 않아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조만간 개편안을 내놓으면 세제가 더 복잡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최진석/임도원/전형진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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