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일대에 조성된 '지웰시티'. (자료 한경DB)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일대에 조성된 '지웰시티'. (자료 한경DB)
세종과 충북, 충남 등 충청권을 중심으로 외부 투자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17부동산 대책에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는 5월 거래 중 외지인 거래건수가 절반을 넘어섰다. 2채 중 1채는 외지인이 샀다는 얘기다.

청주시 흥덕구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이 소유한 두 채의 아파트 가운데 팔기로 한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흥덕구는 노 실장의 과거 지역구로 3선을 내리 곳이기도 하다. 신축 아파트가 많은데다 방사광 가속기 등과 같은 개발호재까지 터지면서 갭투자로 유입된 수요가 급증했다.

6일 직방이 2020년 5월까지 누적거래된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관할시도외_서울'과 '관할시도외_기타'로 표기되는 외지인 거래비율이 세종 46.3%, 충북 32.5%, 충남 30.2%로 나타나며 30%를 넘었다.

세종시의 경우 행정복합도시의 특성상 외부수요의 진입빈도가 높지만, 충북과 충남은 올들어년 외부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외지인 거래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외지인 거래가 크게 증가한 충북에서는 청주시의 외지인 거래 증가가 독보적이었다. 올해 5월 누적기준 총 7932건의 매매거래 중 34.6%인 2744건이 청주 및 충북 외 지역 거주자들의 매입 건이었다. 특히 청주시 흥덕구의 경우 5월 월간 거래량 1079건 중 서울 거주자가 57건, 충북 외 거주자가 518건을 매입하며 외지인 매입비중(53.3%)이 절반을 넘어섰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지역구였던 청주시 흥덕구는 외지인 투자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거래된 아파트  2채 중 1채는 외지인이 보유하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지역구였던 청주시 흥덕구는 외지인 투자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거래된 아파트 2채 중 1채는 외지인이 보유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의 경우 복대동을 중심으로 신축 주상복합 단지들이 다수 있다. 서청주IC와 터미널, 백화점 등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어 주거선호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테크노폴리스와 오송바이오산업단지까지 신축 아파트들 중심으로 전세가율도 높은 편이다. 여기에 지난 5월 8일 발표된 방사광 가속기의 유치로 투자수요의 진입이 가속화됐다.

실제 단지별 거래량을 살펴보면 방사광 가속기의 발표 이후 5월 거래량 최상위단지는 복대동신영지웰시티1차로 총 94건이 거래됐다. 이는 2019년 총 거래량(444건)의 21.2%에 해당할 만큼 높은 수치였다. 금호어울림도 5월에 65건이나 거래되며 2019년 총거래량의 93% 수준까지 이르렀다.

노 실장이 2003년 매입해 이번에 처분하겠다고 내놓은 가경동 진로아파트(전용 134㎡·47평) 또한 올해들어 시세가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수년간 2억원 중반대의 매매가를 나타내다가 지난 1월에는 2억800만원까지 떨어져 최저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청주 아파트의 투자바람을 타고 지난달 2억9600만원까지 치솟았다.

알려진대로 노 실장이 2억3500만원에 내놨다면, 시세 대비 낮은데다 전셋값(약 2억원)과의 차이가 3500만원에 불과하다. 3500만원 정도로 갭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나와있는 고층 매물의 호가는 3억원에 달한다. 가경동은 대형마트, 영화관, 대형서점 등을 품고 있는 청주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가경아이파크'로 대변되는 대규모 아파트가 신축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외지인 수요가 몰린데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유치가 발표되면서 갭투자가 가속화됐다. (사진=뉴스1)
충북 청주시는 외지인 수요가 몰린데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유치가 발표되면서 갭투자가 가속화됐다. (사진=뉴스1)
복대동이나 가경동보다 저렴하지만 바이오단지가 위치한 오송의 경우 5월 거래량이 2019년 전체 거래량을 추월했다. 오송호반베르디움은 2019년 40건 거래됐지만 2020년 5월에만 46건 거래됐고, 오송마을휴먼시아2단지는 2019년 21건에서 2020년 5월 40건, 오송상록 롯데캐슬은 2019년 37건에서 2020년 5월 37건 등을 기록했다.

김은선 직방 매니저는 "다수 증가한 거래량을 모두 외부 투자수요의 물량으로 추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수도권의 규제를 피해 지방으로 방향을 선회한 갭투자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청주의 시황은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대비 높은 전세가율로 투자금을 줄일 수 있고, 비규제지역이라는 점, 여기에 개발호재 등이 더해진 이유에서다.

다만 6·17대책으로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에 편입되며 외부투자수요의 추가진입은 한계를 보일 수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70%에서 50%까지 조정됐기 때문이다. 양도세와 종부세 등 세제규제가 강화됐고, 자금조달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단기적인 호재의 종료와 규제의 시작으로 청주지역의 아파트 시장은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