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내 집 마련(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어려운 내 집 마련(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강도높은 처방을 주문하면서 '공급 증가'과 '세부담 완화' 카드를 꺼내들자 40대 무주택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대책을 이라며 자녀를 둔 40대들이 상대적으로 밀렸다고 해석해서다.

3일 부동산 관련 카페에서는 각종 성토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자녀있는 40대 무주택자 내집 마련이 더 급합니다", "30대들 표 얻으려고 얘기하고 보는 건가요?", "그동안 공급은 충분하다면서요" 등이다.

문 대통령은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 및 자금이 부족한 청년층을 위한 정책방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 물량을 늘리라"며 "내년에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구입자의 세금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등 이들이 조금 더 쉽게 주택을 공급받을 방안도 강구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청년·신혼부부에 세부담 완화 검토하라"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세금부담을 완화하라는 대목이 공분을 사고 있다. 수도권에 자녀 2명을 키우며 살고 있다는 김모씨는 "자녀를 키우는 40대가 세금도 더 많이내고 지출도 더 많다"며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디 어려운 건 30대나 40대나 마찬가지인데, 30대에게만 혜택을 몰아주는 건 역차별이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전세로 살면서 청약으로 내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40대들은 하나같이 '역차별'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40대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다보니 거주지를 이동하기 쉽지 않고, 오르는 전셋값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부모는 70대 이상으로 연로한데다 교육비에 들어가는 지출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청약가점이나 자금 마련이 어려워 내 집 마련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이에 비해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은 주거지 이동이 비교적 쉬운 편이라는 것. 이들에게 혜택을 몰아주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적잖은 실망을 했다는 의견들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주택공급을 '발굴'이라고 한 언급도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줄곧 부동산 시장에 있어서는 '공급부족'이라는 지적에는 수긍하지 않았다. 100%가 넘는 주택보급률을 언급하면서 "주택은 충분히 공급됐고, 공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다주택자들 때문이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참모들에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정부의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문 대통령 뿐만 아니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현정부의 일관적인 목소리였다. 때문에 3기 신도시라는 공급대책으로 충분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서울이나 정작 필요한 곳에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공급대책이 오히려 투기를 불러온다는 지적은 늘 따라다녔다.

"부동산 안정화되고 있다" 평가한지 불과 8개월

작년 11월에 열린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러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이 오히려 안정화되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 전월세 가격은 아주 안정이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 높은데 (한 사람이) 여러 채 갖고 있기에 자가보유 못한 분들 꽤 있다"며 "아시는 대로 수도권 30만호, 3기 신도시 포함해서 공급물량 늘리는 정책 하고 있고 특히 주거에 대한 여러가지 복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신혼부부용 주거 45만호, 청년 주거용 75만호, 이런 공급정책들도 착실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불과 8개월 만에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인정했고 공급은 '발굴'을 해서라도 늘리라고 지시했다. 긴급보고 및 대통령 지시에 따른 구체적 정책 방안은 국토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그동안 버텼던 여당 또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며 "현재 가계 유동성이 1500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가 집중되기 마련이라서 지역 규제와 금융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대표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당이 신속히 마련하겠다"며 "집권 여당이자 14개 광역단체장이 소속된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 지역이 개발이 일어나는구나, 그러면서 투기꾼들에게 투자를 일종의 지목해주는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3기 신도시 같은 경우에는 지금 10조가 넘는 토지보상금이 풀린다"며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너무나 넘치는 유동성이 문제라고 얘기하면서 금리도 올리지 못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지금 돈을 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