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지역에서 ‘6·17 대책’의 규제 시행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다음달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규제지역 내 주택을 살 경우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1주택자는 기존 주택도 6개월 내 팔아야 한다.

18일 해당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 등이 아닌 강남권에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서초 반포동의 백마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갭투자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달 초부터 매수 문의가 점차 늘었는데, 이번 대책으로 다음달 전에 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치르자는 수요가 많다”고 했다.

지난 4월 27억5000만원에 거래된 반포동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는 이달 10일 1억원 오른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의 호가는 최근 29억5000만원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고점인 31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도 문의가 쇄도하면서 호가가 오름세다. 신만호 압구정 중앙부동산 대표는 “지난 17일 대책이 나온 뒤 매물을 찾는 전화가 늘었다”며 “주담대를 안고 집을 사면 6개월 안에 들어와야 하는 규제를 적용받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압구정동은 서울시가 지정한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 벗어난 데 따른 반사이익까지 누리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13차 전용 10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호가가 24억원까지 내려갔다가 지난 4월 26억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의 최근 호가가 28억원으로 뛰었다.

성동구 일대에서도 전세보증금을 끼고 이달 안에 잔금을 치른다는 조건을 내걸고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 이전에는 정부 대책이 나오면 매수 문의가 주춤했는데, 이제는 내성이 생긴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많지는 않지만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강남구 대치동·삼성동·청담동 등에서도 매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삼성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오는 23일부터는 삼성동 아파트를 사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거주도 2년 해야 한다”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수혜가 예상되는 이 지역 집을 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수요자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