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개통 및 9호선 연장 소식에 아파트값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  한경DB
지하철 5호선 개통 및 9호선 연장 소식에 아파트값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 한경DB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0억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하철 5호선 개통과 9호선 연장을 앞두고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말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지구(3만2000가구) 청약을 노리는 예비 청약자들이 1순위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들어오면서 전셋값이 두 달 새 7000만원 이상 급등한 것도 한 원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식 신도시가 아닌 경기 지역의 전용 84㎡ 아파트가 10억원대에 진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전셋값 상승이 갭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만큼의 금액으로 주택을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를 말한다.

전용 84㎡ 매매가격 10억원 ‘초읽기’

"지하철 온다"…하남 미사 집값 10억 '초읽기'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4월 9억7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1월 8억8000만원에 거래된 뒤 석 달 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 아파트의 호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현지 중개업소 사이에서는 이 주택형이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풍산동 미사오공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부동산 경기가 최근 호전되면서 거래가 점차 늘고 있다”며 “지하철 5·9호선 호재가 현실화하면서 매수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최고가 아파트인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6㎡는 지난달 신고가인 11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1월 거래가(10억4000만원) 대비 1억2000만원 상승했다. 호가는 12억원에 이른다.

지역 대장 아파트값이 치고 나가면서 인근 아파트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풍산동 미사강변골든센트로 전용 84㎡는 1월 대비 1600만원 상승한 9억800만원에 지난달 손바뀜됐다. 바로 옆 단지인 미사강변더샵리버포레 전용 89㎡는 4월 10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이 주택형 최초로 10억원을 넘었다.

지하철 5·9호선 호재로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달 중순까지 지하철 하남선(5호선 연장) 1단계 구간인 미사~하남 풍산 구간 시운전을 마무리하고 오는 8월 8일 개통식을 열 예정이다. 12월 개통할 계획인 2단계 하남풍산~하남시청(덕풍·신장역)~하남검단산 구간은 종합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여의도와 광화문 중심업무지구(CBD) 등을 관통하는 5호선이 완공되면 하남시 풍산동에서 광화문역까지 이동시간이 기존 1시간20분에서 50분대로 줄어든다.

강남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기본계획도 4월 국토부 승인을 받았다. 중앙보훈병원역~고덕강일1지구에 이르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3기 신도시 노린 전세 수요 급증

하남시 전셋값도 최근 강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하남시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전달보다 1.18% 상승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일대 전용 84㎡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3월 4억3000만원에서 최근 5억원으로 약 7000만원 급등했다.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지구를 노린 예비 청약자들이 하남시 전세 시장에 몰렸다. 미사 K공인 관계자는 “내년 말 하남 교산지구에 청약을 노리는 예비 청약자들이 1순위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하남시로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기존 세입자들도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을 더 주고라도 재계약하는 분위기여서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

3월 5억1000만원에 거래된 풍산동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6㎡ 전세는 지난달 6000만원 오른 5억7000만원에 계약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하남시에 유입된 순인구는 6856명에 달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하남 미사 일대는 지하철 5·9호선 연장이라는 확실한 호재가 있는 데다 전세가격까지 상승해 갭투자를 하기에 좋은 조건이 마련됐다”며 “고가 주택이 적어 대출 규제도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라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