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주택의 미래가 '장수명 주택'?

“공간 구분이 쉬운 장수명 주택이 주목받을 것입니다.”(김기훈 국토교통부 서기관)

“아파트를 벽식 구조에서 기둥식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래 주거문화의 형태 중 하나로 ‘장수명 주택’이 거론됐다. 지난 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에서다. 장수명 주택이 어떤 구조와 특성을 가졌기에 포스트코로나 주택 중 하나로 지목됐을까.

김기훈 국토부 국토정책과 서기관은 이날 '미래 국토교통 정책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집이 경제‧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의 확산으로 집에서 업무와 교육 등이 가능한 다목적 복합 주택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김 서기관은 “앞으로 집이 휴식은 물론 생산활동, 문화레저 활동까지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평면이 가능한 장수명 주택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포스트 코로나의 공간’ 주제로 발표한 유현준 교수도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벽식 구조 아파트에서 기둥식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며 장수명 주택을 언급했다. 그는 “벽식 구조에선 내부 공간을 재배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수명 주택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택에 걸리는 하중을 기둥으로 지탱할 수 있는 기둥식 구조를 적용한다. 하중을 벽체에 의존하는 벽식 구조 방식과 다르다. 때문에 기둥식 구조로 만들면 라이프 스타일과 입주자 취향에 맞게 평면을 배치할 수 있다. 유지보수가 필요한 수도, 전기, 가스 부분도 콘크리트 벽체가 아닌 경량 벽체 내부에 매립한다. 그만큼 교체, 수리는 물론 리모델링도 쉽다. ‘재건축 없이 100년 동안 살 수 있는 주택’이라는 수식어가 나오는 이유다. 유현준 교수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도 심해질 것”이라며 “기둥식 구조는 바닥에서 전달되는 소음이 기둥을 타고 전달돼 벽식구조 대비 소음전달이 적다”고 설명했다. 벽식구조는 기둥 없이 벽이 천장을 지지하는 형태라 위층의 바닥 소음이 벽을 타고 아래로 전달된다.

장수명 주택에 장점이 많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벽식 구조를 선호한다. 원가 부담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장수명 주택 공사비는 벽식 구조 주택보다 3~6% 높다. 건설사들은 주상복합건물이나 일부 고급아파트에만 기둥식 구조를 적옹하고 있다. 정부가 장수명 주택 우수 등급 이상을 받으면 해당 주택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10% 이내에서 늘려주고 있지만 실효성은 적다. 업계 관계자는 “장수명 주택 우수 등급을 받는 것이 쉽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장수명 주택 활성화를 위한 R&D 및 정책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작년 9월에는 세종시 다정동 ‘세종 블루시티’ 아파트 단지에 국내 첫 장수명 주택 실증단지(사진)가 준공됐다. 전체 1080가구 중 116가구가 장수명 주택으로 건립됐다. 국토부는 이 실증단지 구축을 통해 효용성을 확인했다. 기존 주택 대비 약 3∼6% 수준의 초기 공사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유지ㆍ보수 등 100년 생애주기비용(LCC)은 비장수명 주택 대비 11~18%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R&D 및 실증단지 결과를 토대로 장수명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제도개선 및 지원방안도 마련할 것”이라며 “올해 연말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