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전셋값은 계속 강세였다.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을 받지 못하게 규제하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났지만, 양도세 절세를 위한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은 줄었기 때문이다.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첫째주 서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5% 상승했다. 지난해 6월 이후 48주째 오르고 있다. 결국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면서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남, 마·용·성 전셋값 2억~4억 급등
특히 학군 등으로 수요가 많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전세시장이 강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5월 14억원(전용 84㎡)에 전세 계약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는 지난달 19일 19억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현재 매물은 대부분 18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반포동 백마부동산 관계자는 “전셋값이 지난 2개월 동안 약 5000만~1억원 상승해 최고가를 기록한 2018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며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반전세와 월세 매물도 동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학군 단지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전세도 지난달 작년 5월(13억5000만원) 대비 2억5000만원 오른 16억원에 거래됐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 역시 같은 기간 9억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전셋값이 3억5000만원 상승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전셋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성동구 재테크공인 관계자는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전용 84㎡) 전셋값이 두 달 사이 8억원에서 9억원대까지 치솟았다”며 “월세도 두 달 사이 평균 30만원 이상 상승하는 등 매물이 씨가 마르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 우선 실거주 수요 증가를 꼽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주택 매매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을 구매하려던 사람이 전세로 눌러앉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이후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것도 한 이유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은행에 자금을 넣어도 수익을 낼 수 없게 되자 반전세 또는 월세가 늘고 전세 매물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줄어들면 갭투자자들이 들어올 수 있다”며 “전셋값 상승은 어떤 식으로든 집값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