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 6억이하 아파트 매물 사라져
일산, 남양주 등 비조정 지역 오름세 뚜렷

과잉 유동성은 상승, 경기둔화는 하락요인
'어느 쪽으로 무게 쏠릴까' 시장 관심 집중
"6억 이하 매물 씨 말라"…다시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 [여기는 논설실]

지난해 ‘12‧16 부동산시장 안정대책’과 올해 ‘코로나19 쇼크’로 한 동안 조정기를 이어가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도가 약한 9억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 지면서 가격이 뛰는 모습입니다.

“강력한 규제정책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온기가 시장 전반에 퍼지지는 않고 있지만, 5월 이후 분위기가 바뀐 것은 사실”이라는 게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내집 마련’을 준비 중인 수요자들이라면 시장의 ‘상승’ 요인과 ‘안정’ 요인을 각각 점검해 보고 의사결정에 참고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위기 바뀐 시장

요즘 주택시장에서는 12‧16 대책 ‘풍선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공시지가 6억원 이하 주택들의 거래가 활발합니다. 주로 임대사업자들이 10년 이상 임대시 양도소득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조정지역 아파트들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랠리’에서 계속 소외돼 있던 일산의 경우 ‘킨텍스원시티’ 84㎡ 아파트가 지난 4월 9억7000만원에 거래된 뒤 호가가 12억원까지 뛰었습니다. 남양주 덕소‧진접 등도 싼 매물들이 사라지고 가격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현장의 이런 분위기는 한국감정원과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통계에도 서서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주간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0.01% 올라 9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신도시 및 경기‧인천은 각각 0.01%, 0.05% 올라 3주째 오름세를 이어갔지요. 28일 발표된 감정원 통계의 경우 서울 아파트가격 등락률이 –0.02%를 나타냈지만, 낙폭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상승요인은

① 유동성

요즘 주택 매매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코로나 쇼크 극복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이 ‘역대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이게 결국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이란 예측입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빠르게 회복된 것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2차 파도’가 부동산 시장으로도 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은 매달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저축,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구성돼 대표적 부동자금 지표로 꼽히는 광의통화(M2) 잔액은 3월 말 기준으로 2988조원에 달해 사상 첫 3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떨어뜨리면서 각종 대출금리도 낮아질 전망입니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되면서 연 1.5%까지 떨어졌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도 오는 15일 발표 때 하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② 공급절벽

작년 12‧16대책 때 포함됐던 1가구2주택자가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주택을 처분 시 기본세율(최고 42%)을 적용해주는 혜택이 6월 말 없어집니다. 이 혜택을 보기 위한 매물이 시장에 나왔던 게 올 들어 주택시장 안정세를 이끌었던 요인 중 하나였지요.

문제는 7월부터입니다. 양도세 혜택이 없어지게 되는 만큼 다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공급난은 내년 이후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최대 혜택을 볼 수 있는 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이 ‘최소 2년 거주, 10년 이상 보유’에서 ‘10년 이상 실거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 게 시행될 경우 아파트 매물은 그야말로 ‘씨가 마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정부도 공급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의식해 최근 서울 용산 철도 기지창 부지에 ‘미니 신도시’급인 8000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울 지역 입주물량이 2023년에 최근 단기 정점이었던 2019년(6만1000가구)의 14.7%에 불과한 9000가구로 쪼그라들어 역대 최소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안정요인은

① 코로나 쇼크

코로나 쇼크발(發) 경기둔화는 당분간 주택시장 하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안정론’의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가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실화되면 1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입니다.

경기둔화로 인한 투자여력 감소는 주택시장에 충격을 줍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는 조정 기간입니다. 이번 사태와 많이 비교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서울 집값이 조정을 받았던 기간은 6개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2005년 10월~2008년 9월 한 차례도 떨어지지 않았던 이 지수는 ‘금융위기 충격’으로 2008년 10월~2009년 3월 조정을 받았지요. 하지만 그 해 4월 반전에 성공해 2010년 2월까지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이번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단기간 내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게 차이점으로 꼽힙니다.

② 대출 및 추가규제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한 규제가 존재하는 한 시장 불안이 강남 및 마(마포)‧용(용산)‧성(성동) 등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의 집값 상승세도 결국 15억원 위로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면 정부가 언제든 또 다른 규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점도 부담요인이지요. 문재인 정부 성격상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를 통한 집값 잡기를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물론 시장 참여자들이 대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부동산 심리게임' 어디로

모든 시장이 마찬가지지만, 집값은 결국 매수 희망자와 매도 희망자간의 치열한 ‘기싸움’ 결과 무게 중심이 어느 방향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됩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까지 살펴본 집값 상승근거와 안정근거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앞으로 시장의 흐름이 판가름나겠지요.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부동산 규제의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을 12‧16대책과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도 다시 집값이 꿈틀거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하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집값이 한참을 더 내려가도 부족할 판입니다. 그런데도 도리어 오르다니 시장을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지금의 시장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방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만약 부동산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유지하고, 적재적소에 공급을 꾸준히 지속해왔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집값이 불안해졌을까.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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