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대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저앉았던 대구 부동산시장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가 뛰고 있으며 전셋값도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쏟아지던 급매가 소화되면서 호가가 오른 덕이다.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진척을 보인 점도 상승 요인이다.

1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5월25일 기준)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에 비해 0.04%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떨어지던 대구 집값은 전주(0.01%)부터 12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후 상승폭을 키웠다. 대구의 ‘강남’으로 꼽히는 수성구가 0.07%로 강세를 보였다. 정비사업이 진척을 보이는 범물동 일대 아파트값이 오른 덕이다. 서구는 중리동 위주로, 남구는 대명동 위주로 각각 0.06% 뛰었다.

대구 아파트 전세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초부터 꾸준히 마이너스 혹은 보합을 보이던 대구 전세가는 5월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으며, 지난주엔 0.05% 올랐다.

대구는 이른바 ‘대·대·광(대전·대구·광주)’의 대표 지역으로 꼽히며 지난해 말까지 지방 주택시장의 반등을 주도했지만 코로나19 피해가 확산하면서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범어SK뷰 전용면적 84㎡(3층)는 지난 2월 8억975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 16층 물건이 10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1주일도 채 안 돼 가격이 1억5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수성구 황금동 힐스테이트도 지난 2월 7억원에 계약이 체결되며 작년 말 신고가(8억20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내렸다.
코로나에 얼어붙었던 대구 부동산 시장, 다시 들썩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아파트값도 하락분을 만회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서구 내당동에선 e편한세상 두류역 아파트가 석달 만에 1억원 가량 올라 매매됐다. 지난 2월 24층 고층 입주권이 4억4565만원에 거래됐지만 5월엔 5억3792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2억8500만원에 거래됐던 수성구 지산동 녹원맨션도 올랐다. 전용 84㎡는 지난 4월 4억2900만원에 팔리더니, 최근 호가가 5억원대로 뛰었다. 두세달 새 2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받으면서 호가가 뛰고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집주인들 사이에선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거래가 막히면서 집값이 많이 내린 데다가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투자 수요가 늘었다. 중리동 K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대구 내 수요자들 뿐만 아니라 외지인 투자자들이 많이들 매수 문의를 해온다”라며 “재건축 호재가 있는 단지 위주로 가격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Y공인 대표도 “코로나19 이후 나오던 급매물이 대부분 다 거래가 이루어진 상태”라며 “그간 이사를 못했던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자 거래에 조금씩 나서면서 호가도 점점 오르는 추세”라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구 부동산시장 집값이 큰 폭의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입주 물량이 늘고 있어서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서는 1만238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해(5314가구) 대비 133%가 급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만482가구와 1만6233가구가 공급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졌다고 보기엔 이른 감이 있고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예상할 수 없다”며 “당분간 부동산 경기도 크게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집값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일부 호재가 있는 단지나 곧 입주에 들어가는 새 아파트들은 가격이 오를 수 있겠지만 입주 물량이 계속 느는 탓에 별다른 호재 없는 지역이나 구축 단지들은 조정을 받을 수 있어 매수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