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커뮤니티 시설 관리도
건설사들 최첨단 '스마트홈' 경쟁

주민 생활패턴 맞춤형 서비스
# “취침 모드로 바꿔줘”란 한마디에 집 안 전체가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바뀌고, 미리 설정한 온도·습도에 맞춰 냉난방 시스템이 가동돼 숙면을 돕는다. 예약해 둔 오전 6시30분. 집 안 전체가 ‘기상 모드’로 바뀐다. 침실에 쳐둔 커튼이 자동으로 걷히고, 전기밥솥은 저절로 아침밥 준비를 시작한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에 내장된 스마트패드로 날씨나 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인덕션을 깜빡하고 끄지 않고 출근하면 인공지능(AI) 집사가 알아서 전원을 차단해준다.

# 퇴근 후 주차와 동시에 호출돼 대기 중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간다. 귀갓길에 미리 돌려 둔 세탁기와 로봇청소기가 한창 집안일을 하고 있다. 양손에 짐을 가득 든 채로 가방 구석에 있는 카드키를 찾거나 지문인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만 몸에 지니고 있다면 블루투스 리더기가 자동으로 출입문을 열어준다. 수영하기 위해 찾은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 로비에선 사람 대신 로봇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 아파트 'AI 집사' 있어? 신축이네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홈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460억달러에서 2022년 1217억달러로 3배가량으로 커질 전망이다.

입주민 생활 패턴을 분석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는 이제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기존에는 이동통신사 등 다른 업종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아예 자체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추세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A.IoT 플랫폼’이나 현대건설의 ‘하이오티(Hi-oT)’, GS건설 ‘자이 AI플랫폼’, 포스코건설 ‘아이큐텍(AiQ TECH)’ 등이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등으로 각종 기기나 설정을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입주민의 생활 패턴을 분석한 AI 집사가 맞춤형 환경을 알아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인덕션이나 전등 등을 끄지 않고 외출했을 때 기존 시스템에선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전원을 차단하는 데 비해 새로 도입되는 스마트홈은 스스로 전원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상, 외출, 귀가, 취침 등 특정 모드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음성으로 외출을 알리면 대기전력, 전등, 방범 등이 외출 모드로 자동 전환되면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한다. 귀가 모드를 설정하면 로봇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작동하고 밥솥이 취사를 시작한다. 취침 모드에선 편안한 수면을 위해 온도와 조명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준다.

로봇 관리인이 있는 아파트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단지에 커뮤니티 시설을 관리할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음성인식 등 AI 기능을 갖춘 로봇이다. 커뮤니티 시설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시설 안내와 예약을 돕는다. 가벼운 짐도 나를 수 있다.

‘입는 열쇠’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손목 등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의 ‘스마트키’를 개발했다. 이 키를 착용하고 있으면 아파트 공동현관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호출된다.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 심박수, 수면 시간 등 헬스케어 정보도 저장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집에 손님이 찾아올 경우 외부에서도 방문객과 스마트폰으로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아기가 자고 있는 집에선 초인종 소리를 내지 않고 휴대폰으로 방문객과 통화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등을 잡는 청정 설계도 새 아파트의 트렌드 중 하나가 됐다. 환기는 물론이고 차량이 출입하는 진입로부터 열화상 카메라를 비치해 발열을 감지하는 단지가 설계되고 있다. 신발 소독 매트, 신발장 살균기 등을 통해 오염 물질을 걸러낸다.

건설사들이 스마트홈에 목을 매는 이유는 재건축·재개발 수주와 분양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완성도를 가르는 기준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며 “거의 모든 연령층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스마트홈 구현 수준이 곧 건설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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