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이 땅값과 주택가격을 합친 것보다 높게 산정되는 공시가 ‘역전 현상’이 전국 22만여 가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토지 특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용도 지역을 감안하지 않고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땅+집' 가격이 땅값보다 싸다?…부동산 공시價 산정 '중구난방'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를 해 다섯 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감사 결과를 통보하고 시정 조치 및 주의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작년 2월 시민단체가 공익감사청구를 신청하면서 이뤄졌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표준-개별 대량산정방식’으로 결정된다. 우선 표준부동산(표준지, 표준주택)을 선정해 적정가격을 평가·산정한다. 이를 표본으로 삼아 토지 주택 등 개별부동산의 특성을 고려해 적정가격을 책정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제외한 토지 및 단독주택 가격공시제도만 감사 범위에 넣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전수조사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먼저 표준 부동산의 규모와 분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매년 1월 1일에 전국 토지 중 50만 필지, 단독주택 22만 가구를 각각 표준지와 표준주택으로 선정해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감사원의 용역을 수행한 한국감정원과 국토연구원은 적정 표본지가 60만~64만 필지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단독주택도 23만~25만 가구가 적정하다고 봤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표본을 지금보다 20% 이상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 부동산을 선정하면서 행정지역만 고려하고 용도지역을 배제한 점도 지적했다. 용도지역은 용적률, 건폐율 등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다.

개별공시지가(토지)가 개별주택가격(토지+주택)보다 높은 역전현상도 일부 개선해야 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5.9%(22만8475가구)에서 이 같은 가격 역전이 발생했다. 지자체에서 토지 공시가격을 담당하는 부서와 개별주택가격을 담당하는 부서가 다르고, 이들이 서로 다르게 토지 특성을 조사하고 적용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전국 390만여 가구의 개별주택가격과 해당 주택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를 비교 확인한 결과 고저, 형상, 도로 접면 등 세 가지 토지 특성 중 하나 이상 불일치한 경우가 144만여 건(37%)에 달했다. 공시 대상 토지 일부의 공시지가를 아예 산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자체의 토지는 2014년도에 선정된 공시가격으로 계속 세금이 부과됐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조세와 부담금의 산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기초생활보장 등 다양한 복지제도 수급 자격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도 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