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조성이 막바지인 구리갈매지구. 구리갈매역세권지구는 서측의 맞은편에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 김하나 기자)
택지조성이 막바지인 구리갈매지구. 구리갈매역세권지구는 서측의 맞은편에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 김하나 기자)
공공택지지구의 보상 근거로 여겨지는 감정평가 결과와 기준을 두고 지역주민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LH가 내놓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마땅한 구제방법이 없어서다.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된 곳은 구리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구리갈매역세권지구)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춘성 주민대책위원장이 사업시행자인 LH공사 구리보상사업단 사무소 입구에서 헐값 보상에 대한 항의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 주민 150명 이상이 법률적 대응을 하기 위해 LH공사에 감정평가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 "보상금 감정평가액, 왜 이의없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나"

LH는 보상금으로 8750억원을 제시했다. 주민들이 추천한 업체 1곳의 평가액(9142억원)과 LH가 추천한 1곳(8363억원)의 평균액을 내놨다. 주민들은 국공유지를 포함된데다 자체적으로 예측했던 평가액(약 1조원)과 차이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시지가 산정의 기준을 두고 해석하는 입장이 다르다보니 기대에 못미치는 평가액이 나왔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주장은 이렇다. 일단 나온 감정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검토 등의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납득할 만한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에 따라 보상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무조건적인 보상금 인상을 주장을 하는 건 아닌 셈이다. 현재 주민들의 선택은 ①협의보상신청 ②대토신청(현금대신 토지보상) ③불복절차 등 뿐이다.

현행 보상과정에서 만약 재결이나 행정쟁송을 제기할 경우, 보상 대신 선택할 수 있었던 대토보상 기회가 사실상 박탈당하게 된다. 감정평가 결과와 함께 대토보상 신청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재결을 가게 되면 보상이 지연되면서 동시에 대토보상 신청기간에서 벗어나게 된다. 보상가에 불만이 있더라도 대토보상이라도 받으려면, 감정평가 결과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무조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하춘성 주민대책위원장이 LH 구리보상사업단 사무소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독자제보)
하춘성 주민대책위원장이 LH 구리보상사업단 사무소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독자제보)
보상대상자로 현지에 거주중인 주민은 "헐값 보상결과를 내놓고는 '이 돈 받아가던가 땅으로 받아가던가'라며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바로 불복이 된다. 다시 선택하는 창구는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법률적인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월 주민들이 감정평가사 선정과정을 문제삼아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기각됐다. 이 판결에서 포함된 주문에 따르면 토지보상법상 감정평가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보상협의를 위한 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행위다. 필수적인 절차가 아니라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토지보상법 제68조를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 감정평가업자 선정과 관련해 토지소유자가 보상계획의 열람기간 만료일로부터 30일 이내에서 감정평가업자 1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추천기간이 경과하더라도 토지소유자 몫의 감정평가사 선정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어 만약 30일 이내에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하지 않더라도 사업시행자는 수용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주민갈등 부추기는 자격 미달 업체까지 '난립'

구리갈매역세권지구는 문재인 정부가 100만가구 주택 공급 계획이 담긴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지정된 지역이다.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일원에 조성된다. 경춘선 갈매역을 기준으로 서북쪽에 주택 6395가구가 예정됐다. 수용인구는 1만5797명이다. 2019년 12월 승인고시되고, 2021년 하반기 주택공급이 예정됐다.

그러나 보상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면서 계획대로 추진될지조차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이러한 갈등을 파고드는 자격 미달 업체까지 난립하고 있다. 보상과정에 지친 일부 토지주들을 끌어들여 또다른 협의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식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 대부분이 시행, 시공, 분양 등 부동산개발 관련 실적이 거의 없거나 종합건설, 부동산개발업, 주택건설사업자 등 부동산개발관련 면허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 주민들이 사업시행자인 LH 구리보상사업단 사무소 앞에 항의문을 게시해놨다. (사진 독자제보)
지역 주민들이 사업시행자인 LH 구리보상사업단 사무소 앞에 항의문을 게시해놨다. (사진 독자제보)
이 택지는 3기 신도시 예정지 중 가장 큰 남양주시 왕숙지구와 인접했다. 지역 주민들은 3기 신도시 보상의 전초전으로 보고, 보상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공공택지 조성으로 토지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협의체까지 출범한 상태다. 성남 서현, 금토, 낙생, 신촌, 구리갈매지구와 용인반도체클러스트, 3기 신도시 등 전국 50개 회원지구 위원장이 모여서 만든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다.

협의체는 ①수용재결대상 토지에 대한 대토보상 허용 ②부적격 대토회사들의 난립 방지 ③공공주택지구 및 제3기 신도시에 대한 감정평가방법의 개선 ④수용지구 원주민들에 대한 실질적 재정착 ⑤수용지구 대토용지 공급가격 인하 및 대토보상신청 토지에 대한 권리구제절차 참여 보장 요구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보상과정에서 난립하는 부적격 업체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유하는 등의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구리·남양주=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