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방배동 내방역 일대가 상업·업무지구로 개발된다. 지난해 4월 개통된 내방역 인근 서리풀터널.   한경DB
노후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방배동 내방역 일대가 상업·업무지구로 개발된다. 지난해 4월 개통된 내방역 인근 서리풀터널. 한경DB
서울 강남권 내에서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혀온 방배동 내방역 일대가 업무·상업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정보사부지 개발 등 각종 도시계획사업 및 주택재건축과 맞물려 이 일대 부동산 가치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열린 ‘제6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방배동 875의 5 내방역 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 결정을 ‘수정가결’했다고 14일 발표했다.

내방역 빌라촌 '초고층 빌딩숲'으로 바뀐다
이번 지구단위계획은 내방역 일대를 방배동 중심지로 육성하고, 업무·상업·문화 시설 조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뼈대다. 역세권 21만2854㎡ 부지를 특별계획구역(1개) 및 특별계획가능구역(6개)으로 각각 지정했다. 종전 2종 및 3종 주거지역이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돼 용적률이 최대 400%(건물높이 70m)까지 늘어난다. 고층 빌딩 등이 대거 들어설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계획안에는 서초대로와 방배로 주변의 업무·문화·집회시설에 대한 건축물 면적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서초구 관계자는 “영화관과 소규모 공연장, 쇼핑몰, 대형마트 등 문화시설과 생활편의시설 건립도 쉬워진다”며 “공공용지의 기부채납으로 주차장, 어린이집 등 다양한 공공 기반시설도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인 개발 방안은 추후 주민 제안을 반영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서초구는 내방역 일대를 경제문화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번 지구단위계획으로 방배동은 집 근처에서 쇼핑, 여가, 문화 활동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올인빌(All-in-village) 생활권이 될 것”이라며 “주거환경 등을 위한 생활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방배동은 서초구 안에서도 입지가 뛰어나지만 20~30년이 넘은 저층 다세대주택이 전체 건물의 79%를 차지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40여 년간 서리풀공원으로 강남 도심과 단절돼 있던 영향이 컸다.

지난해 4월 서리풀터널이 개통되고 내방역 지구단위계획까지 확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방배동 부동산 시장의 상승 기대감도 커졌다. 서리풀 터널은 길이 1280m로 내방역(7호선)에서 서초동 서초역(2호선)을 왕복 6~8차로로 관통한다. 서초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5분에서 5분으로 단축되는 등 강남권 업무지구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서리풀공원 내 정보사부지 개발도 호재다. 축구장 13개가 들어갈 수 있는 특별계획구역(9만1597㎡)으로 국내 최대 디벨로퍼 엠디엠그룹이 지난해 5월 1조956억원에 사들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캠퍼스 스타일의 쾌적한 업무 환경을 갖춘 친환경 오피스 복합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업무지구 조성과 맞물려 일대 노후된 빌라와 단독주택도 아파트로 탈바꿈된다. 방배동은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로 단독주택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세입자와의 갈등 등으로 2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주택 재건축은 방배역 역세권 단지인 방배6구역(재건축 후 1311가구)을 시작으로 분양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재건축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방배5구역(3080가구)도 내년께 분양을 준비 중이다. 6구역은 대림산업이, 5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연내 이주를 시작하는 방배13구역(2296가구)을 비롯해 7·14·15구역 등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배역에서 남부순환도로 방향으로는 삼익·신동아·임광 등의 아파트 재건축도 예정돼 있다. 개발 기대가 커지면서 입주 10년차를 맞은 서리풀e편한세상 전용면적 85㎡ 시세는 20억원까지 치솟았다. 2018년 5월만 해도 15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