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토지거래허가제, 이런 '꼼수' 나온다
소규모 지분엔 풍선효과 불 보듯
◆“경매·임차인 악용 우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용산 철도정비창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려는 건 이곳의 개발사업이 인근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간신히 진정시킨 집값이 다시 뛸 가능성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도시 등 택지를 제외하면 도심지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는 건 2009년 3월 이후 11년 만이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은 뒤 매매하는 게 골자다. 주거·상업·공업용지별로 땅의 목적에 맞게 이용할 때만 거래가 허가된다. 주거용지에 들어선 집을 살 경우 최대 5년 동안 실거주하겠다는 확약을 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취득가액의 7~10%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예외규정도 있다. 대표적인 게 증여나 경매, 소송 등이다. 특히 경매를 활용해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해가는 ‘꼼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반적인 거래가 쉽지 않은 만큼 고의로 임의경매 사유를 만든 뒤 매수 희망자가 직접 낙찰받는 방법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매수자가 매도인에게 돈을 못 받은 것처럼 꾸며 담보가등기 골격을 갖춘 뒤 경매로 넘기는 방법”이라며 “제3자가 낙찰받지 못하도록 주로 청구금액을 실제 부동산가격보다 높게 설정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임대차계약을 악용하는 것도 편법 가운데 하나다. 계약기간만큼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과거엔 임차인이 나간 뒤 전입하겠다는 조건으로도 허가가 이뤄졌다”며 “임대차계약기간을 길게 설정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풍선효과’ 나타날까
토지거래허가 여부는 면적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주거용지의 경우 180㎡, 상업용지는 200㎡ 이상 땅에 대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건에 따라 기준면적의 10%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용산 철도정비창 일대에 최소면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주거용은 18㎡, 상업용은 20㎡가 되는 셈이다.
최소 기준에도 미달하는 소규모 지분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주택면적이 아니라 딸린 토지의 면적을 기준으로 삼아서다. 예컨대 서부이촌동 일대 낡은 빌라들의 경우 용산 철도정비창 인근이지만 대지지분이 18㎡ 미만인 집이라면 토지거래허가제와 관계없이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범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규제 유무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과거 뉴타운 개발이 한창일 땐 이 같은 일이 흔했다. 아현뉴타운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길 건너 북아현뉴타운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됐다. 2차 뉴타운인 아현뉴타운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개발이 시작된 반면 3차 뉴타운인 북아현뉴타운은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받아서다. 이 법에 따라 지정된 재개발구역은 2009년 3월까지 20㎡ 이상 지분에 대해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됐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당시 시범지구로 지정됐던 장위뉴타운의 경우 16~18㎡짜리 빌라를 사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며 “똑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 기준을 꼼꼼히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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