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현관앞 전실 확장, 14년 지났는데 철거하라니…"
서울 강남구 도곡동 A아파트 3000가구 중 32%가 현관 전실(前室)을 확장한 사실이 드러나 원상복구를 놓고 강남구와 갈등을 빚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달 17일 A아파트 960가구를 대상으로 ‘전실 확장’을 모두 철거하라는 통지를 보냈다고 8일 밝혔다.

전실은 승강기에서 각 가구의 현관까지 이르는 공용공간(복도)이다. 이 아파트 960가구는 전용 3.3㎡ 남짓의 공용공간에 현관문을 설치하고 이를 개인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본래 화재나 테러, 천재지변 때 방화문 역할을 하는 전실은 개인이 전용해 사용할 수 없다.

강남구는 지난 3월 주민의 신고를 받고 A아파트를 전수조사해 전실을 확장한 가구를 적발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공용 부분을 전용으로 사용한다는 민원인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며 “철거를 하지 않으면 내년께 강제이행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법’ 제91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원상복구 명령 등에 응하지 않으면 징역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지자체는 주택 소유주에게 위반 면적에 대한 시가표준액의 10%를 ‘강제이행금’으로 부과한다. 강남구는 A아파트의 가구당 강제이행금이 100만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입주자들은 강남구청에서 2006년 준공된 아파트에 대한 ‘전실 확장’ 철거 통보를 14년이 지나 적발한 점을 두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입주한 김모씨(45)는 “전 주인이 전실을 확장한 채 매매계약을 했는데 강제이행금은 현 주인에게 부과된다”며 “전 주인의 불법 확장 책임을 왜 현 주인이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남구청장이 여당(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것을 두고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인 지난달 17일에 통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통보 시일과 선거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권 일대 구청들은 지역 아파트에 대한 전실 확장 철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과 서초를 중심으로 구청에서 지속적으로 철거 통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또 다른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가 두 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업계에서는 전실 확장을 철거하기 위해선 가구당 최소 2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