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참여로 도심 주택 공급 확대…집주인·세입자 지원, '내몰림' 방지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분양가 상한제 배제, 종상향·용적률 확대 등 규제 완화
서울 강북 10년 이상 재개발 장기화한 곳, 뉴타운 해제지 등 대상될 듯


정부가 앞으로 추진하는 '공공 재개발' 사업은 사업성 부족, 조합 갈등 등으로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사업을 공공이 참여해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주거여건이 열악하지만 그간 사업성이 없어 정체돼 있거나 조합 갈등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10년 이상 사업이 장기화하는 재개발이나 주거환경개선지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공사 등 공공이 시행사로 참여해 전 사업을 관할하는 것이다.

대신 이렇게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 사업지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해 용도지역과 용적률 상향 등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집주인에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면서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세입자의 주거안정까지 책임지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재개발 사업의 걸림돌을 해결함으로써 집주인, 세입자, 사업주체 모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것"이라며 "모든 재개발 사업 주체가 모두 '윈윈(WIN-WIN)'하는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에 확정수익 보장하는 '공공 재개발' 나온다
◇ 서울 조합인가 못받은 재개발 102곳…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해 지원
정부는 공공성을 강화한 정비사업을 통해 향후 3년간 서울에서만 4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LH와 SH공사가 단독 또는 공동시행자로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해 총 2만가구를 공급한다.

올해 500가구, 내년 4천500가구, 2022년 1만5천가구 등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재개발 구역 가운데 10년간 조합설립인가도 못하고 사업이 정체된 곳이 102곳에 달한다.

대부분 강북지역으로 정부는 조합이 원한다는 전제하에 이런 지역중 1차 대상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미아·장위 등 과거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고 해제된 곳이 가능성이 크다.

용산 한남3구역 등 조합 자체적으로 굴러가는 사업지는 공공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적지만 장기간 재개발 사업이 중단돼 있던 곳은 공공 재개발을 택할 것이라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정부는 이번 공공 재개발 사업지중 LH나 SH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새로 신설되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하고 파격 지원할 계획이다.

주택공급활성화지구는 특별건축구역이나 도시재생 혁신지구처럼 개별 사업법에 따라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 구역 등을 활성화지구로 중복 지정해 각종 특례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주택공급활성화지구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 이상을 공적임대로 공급하되, 전체 물량의 최소 20% 이상을 공공임대로 제공해야 한다.

대신 임대 공급으로 떨어지는 사업성을 보전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배제한다.

다만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가격 수준으로 제한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분양가를 산정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계획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활성화지구에서는 용도지역, 용적률, 기부채납비율 등 도시·건축 규제도 완화해준다.

예를 들어 2종 주거지역은 3종 주거지로, 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허용하고 용적률도 법적 상한 이상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지자체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반시설 기부채납과 용도지역·용적률을 상향할 경우 공공임대주택 기부채납 비율도 완화한다.

이와 함께 인허가를 대폭 앞당겨 구역지정부터 착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기간을 절반(5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는 활성화지구 전담 도시계획 수권소위를 운영하고, 국토부와 서울시에는 각각 사업시행 계획을 통합 심의하는 통합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낮은 분양가로 인한 투기수요 진입을 막기 위해 주택공급활성화지구에서 공급하는 일반분양분은 최대 10년간 전매를 제한하고, 5년 거주의무를 부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 재개발의 대다수가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 재개발 사업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인천으로 확대 적용해 수도권 도심에도 공급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지방지 대책도 시행된다.

일단 조합 정관을 변경해 정관 변경일 이후 지분 취득자에 대해서는 원조합원에 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등 불이익을 준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진입하는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활성화지구 등 지정 이후 가격 동향과 거래량을 모니터링해 필요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집주인에 확정수익 보장하는 '공공 재개발' 나온다
◇ 집주인·세입자 '투트랙' 지원…지분수익공유형 전세까지
정부는 공공 재개발 사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집주인과 세입자에 대한 지원 내용도 포함했다.

집주인에게는 적정 수익을 보장해주고, 세입자의 주거 '내몰림'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LH, SH 등 공공기관은 조합원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집주인에게 확정 수익을 제시한다.

보통 재개발 사업의 경우 관리처분에서 통과된 수입이 보장되지 않아 추후 추가분담금이 올라가고 갈등 요소로 작용해왔는데 이를 막는 취지다.

예를 들어 현재 사업여건상 추가분담금이 1억3천만원(비례율 95%)인데 조합이 요구하는 추가분담금이 7천만원(115%)이라면 공공기관이 양 조건의 중간 수준인 1억원 정도(105%)로 절충해 확정 수익을 제시한다.

정부는 시공사 선정 등 조합원 자산의 장래가치와 관련된 의사결정 시에는 조합원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해줄 계획이다.

분담금을 내기 힘든 저소득 조합원을 위해서는 LH나 SH가 분담금을 대납해준다.

대신 10년간 주택을 조합원과 공사가 공동 소유해야 한다.

일명 '지분형 주택'이다.

입주자는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10년 후에는 집주인이 해당 주택의 공공지분을 감정평가 금액으로 우선 매입하거나 처분할 권리를 갖는다.
집주인에 확정수익 보장하는 '공공 재개발' 나온다
다만 분담금 대납은 무주택자이면서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으로 제한된다.

조합원 중도금과 이주비 부담도 줄여준다.

통상 분담금의 60%를 차지하는 중도금을 40%로 낮춰주고 모든 조합원에게 보증금의 70% 범위내에서 최대 3억원까지 연 1.8%의 이주비를 융자해준다.

세입자 대책도 내놨다.

재개발 공공임대 입주자격을 종전 정비구역 이전부터 거주하던 세입자에서 공공시행자 지정 시 거주중인 세입자로 확대했다.

또 국비(최대 50억원)를 지원해 사업지 인근에 공공임대상가 등 대체 영업지를 건설해 영세상인이 해당 상권에서 계속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공공재개발에서 공급되는 공적임대의 일부는 '수익공유형 전세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수익공유형 전세주택은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해 설립한 리츠가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는 전세주택을 시세 80% 수준으로 세입자에게 공급하면 이 때 임대리츠 주식의 일부(약 5천만원 수준)을 임차인이 보유할 수 있도록 해주고, 추후 분양 뒤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을 리츠와 나눠갖는다.

정부는 세입자가 임대기간 동안 전세금을 통한 수익금까지 얻어 내집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익공유형 전세는 무주택용 전세주택인 만큼 공급물량 전체가 월평균 소득 120% 이하의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에게 공급된다.
집주인에 확정수익 보장하는 '공공 재개발' 나온다
그간 재개발 사업에 지원하지 않던 금융지원도 이뤄진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총 사업비의 50%까지 연 1.8%로 사업비를 융자하고, 정비사업 대출 보증으로 받은 융자금으로 공사비 납부도 허용한다.

현재 SH공사가 하고 있는 공간지원리츠의 상가·공장시설 등 비주거시설 매입도 지원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이 조합원에게 적정 수준의 확장 이윤을 보장해주고, 분담금 부담 능력이 없는 집주인이나 세입자·상인까지 보호함으로써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업 추진 속도를 앞당기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중단된 재개발 사업 가운데서도 얼마나 공공참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지부진한 사업이 작동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그간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추진이 어려웠던 재개발 구역의 관심이 높을 것"이라며 "다만 조합 내부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공공의 참여를 얼마나 원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