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경기 과천 전셋값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과천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
지난해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경기 과천 전셋값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과천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
“몇 달 새 호가가 3억원 넘게 떨어졌는데도 전세를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경기 과천시 원문동 P공인중개 관계자)

지난해 전국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 중 하나인 과천시 전세 시장의 열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 몇 달 새 실거래가는 최대 3억원 하락했다. 거래도 끊기다시피 했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거래 위축과 입주 물량 증가 등이 맞물린 탓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들어 5.22%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내렸다. 지난해 9~12월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2.72%에 달하며 전국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거래가가 3억원 가까이 하락한 단지까지 나왔다. 원문동 ‘래미안슈르’(전용 59㎡)는 지난해 2월 9억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이달엔 6억3000만원에 전세로 계약됐다. 호가는 5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부림동 과천주공8단지(전용 83㎡)의 전세 실거래가도 지난해 12월 7억3000만원에서 이달 5억1000만~6억2000만원으로 1억~2억원가량 떨어졌다. 부림동 J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잘 나가지 않자 4억원 후반대에서 급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쉽게 이뤄지진 않는다”고 전했다.

전셋값이 급락한 이유는 청약 의무 거주기간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과천에서 무주택자로 1년만 살면 ‘해당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2년을 거주해야 가능하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민간 아파트 분양이 대부분 올해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예비 청약자들이 과천 전세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의 영향도 있다. 1571가구 규모의 ‘과천푸르지오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가가 주춤한 분위기도 있다. 과천에선 지난해까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 가구도 없었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3000가구, 4000가구 늘어난다. 원문동 B공인 관계자는 “새로 유입되는 세입자는 적은데 기존 세입자들은 대거 빠져나가니 하루가 다르게 전세가가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과천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가’들은 비상이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갭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