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낙찰가 '껑충'…분양가도 연동돼 올라
상한제 맹점…재개발·재건축은 땅값 높이기
이달 2개 블록에서 일반분양이 예정된 경기 고양 덕은지구. 한경DB

이달 2개 블록에서 일반분양이 예정된 경기 고양 덕은지구. 한경DB

경기 고양 덕은지구의 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도 반년 만에 2억원가량 치솟았다. 앞서 분양한 단지와 후속 단지들의 택지비가 크게 차이나는 까닭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땅값을 높이면 분양가를 얼마든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상한제의 맹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3.3㎡당 1800만→2600만원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달 덕은지구에서 분양할 예정인 ‘DMC리버파크자이(A4블록)’와 ‘DMC리버포레자이(A7블록)’의 분양가격이 3.3㎡당 평균 2583만원과 2630만원에 각각 책정됐다. 직전 분양 단지와 비교하면 3.3㎡당 700만원가량 올랐다. 서울 신정동에서 분양할 예정인 호반써밋목동(3.3㎡ 2488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연말 분양한 ‘고양덕은중흥S-블래스파크시티(A2블록)’의 분양가는 3.3㎡당 1860만원이다. 전용면적 84㎡(공급면적 114㎡) 기준으로 6억3000만원대다. 평균가 인상폭을 감안하면 이달 분양하는 단지들은 전용 84㎡의 분양가격이 8억8000만원 안팎이란 계산이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도 반년 만에 새 아파트 가격이 반년 만에 2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분양가가 큰 폭으로 뛴 건 분양가의 원가인 땅값이 큰 차이를 보여서다. 덕은지구의 경우 시행사들이 각 블록을 사들인 가격이 택지비로 산정된다. 지난해 7월 분양한 ‘덕은대방노블랜드(A5블록)’의 경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토지를 매각할 당시 최저입찰가격으로 3.3㎡당 1234만원을 책정했다. A2블록도 이와 비슷한 3.3㎡당 1201만원이다.

그러나 이번에 분양하는 A4블록과 A7블록의 토지 최저입찰가격은 각각 3.3㎡당 1815만원과 1729만원이다. 땅값만으로도 앞선 단지들의 분양가 수준과 맞먹는 셈이다.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토대로 분양가를 따지는데 여기서 택지비의 비중이 가장 높다. 아무리 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땅값이 비싸다면 분양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가 땅을 비싸게 매입하면 주변 시세와 무관하게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다”며 “알짜 땅일수록 낙찰가가 높아져 LH는 앉아서 배를 불리고 분양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집코노미] 반년 만에 2억 ↑…덕은지구에서 드러난 상한제의 맹점

◆택지비 높이면 분양가도 올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하나둘 후분양으로 돌아서거나 검토를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분양 시점을 공사가 사실상 끝나는 시점으로 미루면 2~3년 뒤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택지비를 책정할 수 있다. 공시지가가 매년 오르고 있는 만큼 분양가 또한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서울의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률은 7.89%다. 2010년부터 11년 연속 오름세다. 정부가 시세와 괴리율을 줄이겠다며 현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잠실 진주아파트와 미성·크로바, 반포동 신반포15차 등이 후분양을 결정하거나 유력하게 검토하는 이유다. 조단위 사업비가 투입된 용산 유엔사부지와 여의도 MBC 부지 개발사업 또한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강북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현동 아현2구역 재건축조합은 강북 정비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후분양 방식을 확정한 상태다. 아현2구역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 정비업체 등에 자문한 결과 후분양을 하면 일반분양 가구당 2억원가량의 분양 수입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의 맹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조합도 택지비를 최대한 올리는 게 유리하다는 답을 LH가 준 것”이라며 “과거 상한제가 처음 도입될 때도 토지 감정가격이 높았던 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있어났다”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조합은 분양방식을 결정하기까지 총회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며 “비용 문제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 등 자금력이 있는 조합들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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