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울 강남대로변 상가 권리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울 강남대로변 상가 권리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주변 식당이 하나둘 영업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바로 앞 고깃집은 한 달째 문을 못 열고 있고, 인근 대만 버블티는 영업을 그만둔 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명동 A고깃집 주인)

7일 한국 ‘관광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명동 대로변. 오후 시간에도 거리에 사람이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의류·신발 판매점과 편의점만 문을 열었고, 식당은 80%가량이 문을 닫았다. ‘임대문의’가 붙어있는 건물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울 중심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명동·이대·신촌·홍대 상권은 초토화됐다. 강남역 대로변 상점의 권리금은 반 토막 났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보릿고개를 넘어 상권 활성화를 기다리던 상인들도 “이제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분위기다. 일부 건물주(임대인)들이 임대료를 10~20% 내려주고 있지만 충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 중심 상권 코로나 직격탄

명동과 종로 상권은 코로나 사태 전에도 좋지 않았다. 중국 등의 관광객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먹자골목의 2~3층 점포들이 하나둘 장사를 접었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1층 상가 공실도 늘어났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하나둘씩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1호선 종로역 인근에 있는 상가 2, 3층의 전용면적 132㎡ 점포의 권리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종로 M공인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유동인구의 90%가 줄어들었다”며 “월세가 1억원에 달하는 1층 임차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신촌과 이대에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빨간색 ‘임대문의’ 딱지가 붙어있는 빌딩이 보였다. 신촌 대로변에 있는 카페 전용 60㎡의 월평균 매출은 평균 3000만원 정도였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10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월 임차료는 1000만원 수준이어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더하면 사실상 적자다. 유국연 연우 부동산 대표는 “2년간 계약 기간이 남아있고 시설 투자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며 “권리금이 1억~2억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3분의 1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금을 포기할 테니 임차 들어올 사람만 연결해 달라는 문의도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신촌 대로변에서 먹자골목으로 한 걸음만 들어가면 상가 공실률이 치솟는다. 상가 지하의 공실률은 평균 50~60%대고, 2~3층도 장사를 그만두겠다는 곳이 30%에 이른다는 게 일선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신촌 먹자골목 2층에 있는 전용 132㎡의 한 술집은 월 200만원의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한 달 전에 문을 닫았다.

건물주들도 비상이 걸렸다. 신촌 S공인 관계자는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일 경우 100만~200만원은 깎아주는 데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이태원 상권은 코로나 사태로 클럽, 바 등 ‘이태원 밤문화’를 견인하던 업종들이 문을 닫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달 중순부터 이태원 내의 유명 클럽 50여 개가 문을 닫고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이태원동의 M공인 대표는 “임대차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가량 줄었다”며 “봄이 되면 가게를 차리겠다는 문의가 많아져야 하는데 올해는 전혀 아니다”고 했다.

강남대로· 대치동 학원가도 못 피해간 ‘불황’

2호선 강남역과 7호선 신논현역을 잇는 강남대로는 통상 2~3월에 법인들의 임차 문의에 정신이 없다. 이곳 대로변 1층 상가의 월 임차료는 전용 33㎡당 100만원, 권리금은 1억5000만~2억원 정도여서 기업의 ‘광고형’ 매장이 주로 들어온다. 그러나 기업들이 경기 악화 우려에 임차를 미루고 임차인은 급매를 내놓으면서 권리금이 반 토막 났다.

노의창 솔로몬 부동산 대표는 “임대인이 월 임대료를 10~20% 감면해주고 있지만 대형 업체들이 임차를 망설이면서 강남역에도 공실이 나고 있다”며 “SKT, KT 등 휴대폰 대리점까지 이면도로로 밀려났고, 화장품 가게들은 속속 강남역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대로에서 2호선 역삼역 방면으로 발달한 먹자골목 상권도 저녁 회식이 사라지면서 침체되고 있다. 역삼동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하루 매출이 40~60%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사교육 1번지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도 중·대형 학원들이 영업을 전면 중단하면서 인근 상권이 얼어붙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소형 학원들은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지만 중·대형 학원은 정부 통제로 영업을 전면 중단해 인근 상권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빌딩을 통째로 임차하는 대치동 S학원의 월 임차료는 약 1억원 수준이다.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로 돌아서면서 1주일 동안 10억~15억원가량 매출이 줄고 있다. 중·고등학생이 자주 이용하던 분식점 등도 타격을 받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산층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이라며 “임대료 몇 푼 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자영업자에 부과하는 세금을 감면하고 단기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철/최다은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