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 일대에선 전셋값 못지않게 매매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하락세가 시간차를 두고 도심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포 매매가도 '뚝'…16억원 넘던 마래푸 15억 밑으로
6일 아현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말 14억7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초만 해도 최고 16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주택이다. 아현동 A공인 관계자는 “해외에 거주하는 집주인이 급매로 처분을 원했다”며 “이달 말 실거래신고를 마치면 이 일대 집값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이 가까운 2단지 같은 주택형은 호가를 억대로 낮춰도 찾는 사람이 없다. B공인 관계자는 “남향 로열동·로열호를 내놓은 집주인이 호가를 15억5000만원까지 1억원이나 낮췄지만 거래 문의가 없다”며 “매수인들은 15억원이 넘는 매물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마포의 신축 단지들은 지난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신고가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올해부터 무더기로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단지가 되면서 고가 아파트부터 연쇄 조정을 거치는 모양새다. 신수동 ‘신촌숲아이파크’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1월 16억9500만원에 거래돼 강북 일반 아파트 최고가를 찍었다. 그러나 현재 급매 물건은 호가가 15억5000만원까지 나온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가격 하락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과 잠실 대표 단지들이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이 조정받으면 결국 강북 핵심지도 가격이 내리고 점차 외곽으로 번지는 게 수순이란 설명이다.

강북 도심으로 번진 하락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지난주 마포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를 기록했다. 이 통계에서 마포 집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5월 마지막주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고강도 규제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위축이 도화선이 됐다. ‘12·16 대책’에 따라 마포의 웬만한 신축 아파트 중형 면적대는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15억원 미만 주택이더라도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담보인정비율(LTV)이 20%만 적용된다.

거래가 까다로워진 것도 매수세를 잦아들게 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상 주택을 구매할 땐 자금조달계획서와 함께 예금잔액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소명 요구가 있을 때만 제출했지만 신고 당시부터 제출하도록 바뀌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물경제 위축으로 연말까지는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