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안내하는 매물장이 붙어 있다. 최근 강남 아파트값이 주춤하면서 강남3구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강남 입성 수요가 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안내하는 매물장이 붙어 있다. 최근 강남 아파트값이 주춤하면서 강남3구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강남 입성 수요가 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사업을 하는 김모씨(45)는 요즘 서울 강남 부동산시세 뉴스를 열심히 챙겨 본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교육환경이 나은 ‘강남학군’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눈여겨보던 아파트가 올초 27억원까지 오르는 바람에 선뜻 구매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3억원가량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매매를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이 강남 입성의 기회인 것 같다”며 “몇 주 더 추이를 지켜보다 급매가 나오면 매매 계약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온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강남 아파트값이 내리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바깥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강남 입성’ 수요가 늘고 있다. 강남 집값이 일시적으로 내리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있어서다.

최근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거래 911건 중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차지한 비율이 전체의 29%인 256건이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 외 지역에 사는 고객 중 ‘매물이 나오면 빨리 연락 달라’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비(非)강남 주민의 강남 입성이 활발해진 이유는 주택 매매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3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0.2%) 송파구(-0.17%) 서초구(-0.13%) 등 강남3구 집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노원구(0.38%) 도봉구(0.28%) 강북구(0.29%) 등 서울의 다른 자치구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많이 올라 서울 전체 주택가격은 0.13% 상승했다. 비강남권 아파트값은 오르는 반면 강남3구 아파트 시세만 떨어진 것이다.

최근 집값이 주춤하지만 시장에선 강남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다. 지난해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강남3구의 급등세를 체감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정부 규제→시장 침체→원상 복귀’라는 공식을 이미 체득했다”며 “강남 아파트시장은 늘 수요가 많아 장기적으로 가격이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학군 요인 때문에 강남3구를 찾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강남 명문고의 대체재인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를 줄이고 사교육 영향을 크게 받는 정시 비중을 늘렸다. 이 같은 교육제도 개편안이 학부모의 ‘강남학군 집착’ 현상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