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집콕 라이프'…새삼 더 욕심나는 새 아파트 청약
올 들어 분양 시장에 새롭게 떠오른 키워드는 ‘사이버 모델하우스’ ‘언택트(비대면)’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용어다. 각종 외부 대면 영업 활동에 제약이 생긴 가운데 온라인 홈페이지를 활용한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가상현실(VR) 영상을 게시해 실제 모델하우스와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 상담 인력이 실시간으로 내부를 촬영해 설명하는 ‘라이브 방송’을 한 곳도 있다. 대면 접촉 제약 속에서도 1분기 청약 시장은 호성적을 거뒀다.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는 가격이 빠지는 등 약세로 돌아선 반면 청약 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업계에서는 2분기(4~6월)에 10만여 가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2분기 청약 시장이 호조를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분기 청약 시장 ‘나홀로 호황’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1분기에는 전국에서 2만3995가구(임대 및 오피스텔 제외)가 일반에 공급됐다. 지난해(3만2641가구)보다 8600여 가구 줄어든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74가구에 그쳤지만 경기(8794가구)와 인천(3949가구)을 포함한 수도권 물량이 전체의 절반을 웃돌았다.
길어지는 '집콕 라이프'…새삼 더 욕심나는 새 아파트 청약
분양 시장은 뜨거웠다. 1분기 1순위 청약통장 접수 건수는 총 60만7375건이었다. 분양 물량이 더 많았던 지난해 1분기(43만8352건)보다 약 17만 건이 더 몰렸다. 쌍용건설이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에 선보인 ‘쌍용 더 플래티넘 해운대’는 88가구 모집에 1만9928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226 대 1까지 치솟았다. 경기 과천시 갈현동의 ‘과천제이드자이’도 193.6 대 1을 기록했다. 서울은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65 대 1), 강서구 마곡동 ‘마곡지구9단지’(146.8 대 1),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124.7 대 1) 등 세 곳 모두 1순위 마감됐다. 1순위 평균 경쟁률 100 대 1을 넘긴 단지만 여덟 곳에 달했다.

비규제지역인 경기 수원시 매교동 ‘매교역 푸르지오SK뷰’는 1순위 청약통장만 15만6505개가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은 145.7 대 1을 보였다. 경기 시흥시 장흥동 ‘시흥장현 영무예다음’도 50.15 대 1로 마감했다. 인천은 다섯 곳 중 네 곳이 1순위에서 끝났고 나머지 한 곳도 2순위에서 마감했다. 김민종 GS건설 상무는 “새 아파트 수요가 여전히 높은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때문에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2분기 10만여 가구 쏟아져

2분기에는 아파트 공급이 잇따를 전망이다. 1분기 분양 물량이 넘어오면서 전국에서 10만6811가구(부동산인포 기준)가 공급될 예정이다. 월별로는 △4월 3만5504가구 △5월 3만8465가구 △6월 3만2842가구 등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전체의 절반가량인 5만766가구로 집계됐다. 광역시 물량이 2만8564가구, 기타 시·도는 2만7481가구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보는 수원 영통자이 주방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보는 수원 영통자이 주방
서울에서는 롯데건설이 이달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3차를 재건축해 330가구(일반분양 98가구)를 내놓는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강남구 개포동 개포1단지를 재건축해 6642가구 중 1206가구(전용면적 59~179㎡)를 5월에 공급한다. 삼성물산이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6구역을 재개발해 ‘래미안 엘리니티’ 1048가구(일반분양 477가구)를 5월 선보일 계획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건설업체들이 분양 단지를 알리기 위해 동영상, 설명회, 온라인 강의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시장 관심 이어질 듯”

2분기 분양 시장에는 변수가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성이 좋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분양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오는 15일 국회의원 선거도 변수다.
르엘신반포
르엘신반포
대부분 업체는 총선 이후로 분양 일정을 잡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당초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내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선 이달 28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야 했다. 하지만 유예 기간이 3개월 연장됐다. 분양하기 위해 속도를 내던 조합엔 여유가 생겼다. 이르면 오는 20일께부터 서울과 과천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지식정보타운과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서 1순위 자격을 얻으려면 해당 지역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서울과 지방 광역시 청약 시장이 호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을 통해 고분양가 규제를 지속해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이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인기 현대건설 마케팅실장은 “2분기 분양 시장을 둘러싼 변수가 적지 않다”면서도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의 브랜드 아파트가 당분간 청약 시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다만 코로나19발(發) 경기 침체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분양 시장도 타격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