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3구역, HUG-시행사 이견
489가구 도시형생활주택 변경
다른구역도 오피스텔 전환 고민

둔촌주공·원베일리도 갈등
청약대기자 일정 늦어져 '한숨'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에 들어설 주상복합 ‘힐스테이트세운’이 아파트 가구 수를 계획(998가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도시형생활주택(489가구)을 배치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한경 DB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에 들어설 주상복합 ‘힐스테이트세운’이 아파트 가구 수를 계획(998가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도시형생활주택(489가구)을 배치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한경 DB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1호 주상복합아파트인 ‘힐스테이트세운’의 아파트 공급 가구 수가 당초 계획 대비 반토막 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일반분양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도시형생활주택’을 짓기로 계획을 틀었다. 과도한 분양가 규제가 서울시내 수급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500여 가구, 도시형주택으로

'분양가 갈등'에 서울 아파트 공급 줄어든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세운 3-1, 3-4·5구역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세운은 예정했던 아파트 998가구 가운데 489가구를 도시형생활주택(원룸형 아파트)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899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분양시장에 나오는 아파트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다음달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완료하고 ‘4·15 총선’ 이후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이 주상복합은 서울 사대문 안 마지막 대규모 재개발사업인 세운지구 내 첫 분양단지다. 지난해 6월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분양가 갈등으로 9개월 넘게 일정이 지연됐다. 시행사는 종로구 ‘경희궁자이’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최소 3.3㎡당 4000만원대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HUG가 일반분양가로 제시한 금액은 3.3㎡당 3000만원가량 수준이다.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HUG의 분양보증이 필수적인 절차다. 정부는 이 제도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다만 1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은 고분양가 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

힐스테이트세운의 시행사인 한호건설은 세운지구 내 다른 사업장에서도 아파트 물량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6-3-3구역 약 700가구는 오피스(업무상업시설)로, 6-3-4구역 약 600가구는 오피스텔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시내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며 “지나친 분양가 규제가 공급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전문가 채용하는 조합 등장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등 관리처분인가를 마친 서울 시내 정비사업장들은 오는 7월 2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을 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HUG가 이미 상한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분양가를 억누르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은 이달 초 한 차례 분양보증을 신청했다가 반려됐다. 다시 가격을 정해 HUG에 분양보증 신청을 해야 하지만 분양가에 대한 조합원 간 이견이 커 쉽지 않다. 조합원들은 3.3㎡당 최소 3550만원을 주장하는 반면 HUG는 3.3㎡당 2950만원대를 고수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목소리를 더 내면 분양가를 더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합의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둔촌주공의 일부 조합원은 원하는 분양가를 받지 못하면 후분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HUG는 이에 앞서 지난달부터 입지·규모·브랜드 등 개별 사업장 특성을 분양가 산정에 반영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기존보다 분양가 규제를 완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증산2구역 등은 분양가를 높여 받기 위해 협상전문업체를 채용했다. 조합은 3.3㎡당 2000만원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해주면 금액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기로 했다. 한 조합원은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원도 많지만 분양가를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갈등으로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조합이 늘면서 청약을 기다리는 무주택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과도한 분양가 통제로 정비시장뿐 아니라 분양시장의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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