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해 보니

공시가격 4억원대 대전
'도안신도시 한라비발디' 25% 오르기도

한동네도 상승률 달라
중계동 청구3차 12.8% vs 건영3차 7.9%
코로나19 사태로 주택 가격 하락이 가시화하면서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역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공시가격이 40% 가까이 오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한경DB

코로나19 사태로 주택 가격 하락이 가시화하면서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역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공시가격이 40% 가까이 오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한경DB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 공시가격이 40% 가까이 치솟으면서 정부가 발표한 강남권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 9억원 초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렸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공시가격 3억~5억원대 아파트도 공시가격이 최고 25%가량 올라 올해 공시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공동주택에 연립·다세대주택이 포함돼 있어 아파트만 따로 보면 공시가격 상승률이 평균보다 훨씬 높다”며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곳에서는 주민 이의신청과 조세 저항이 들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1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올해 공시가격에 대해 의견 청취를 한다.
공시가 25% 올렸다는 강남…도곡렉슬·반포미도 등 40% 급등 '속출'

강남 아파트 공시가격 40% 급등

19일 한국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동북권(노원·도봉구), 대전 유성구 등 10개 구에서 5개 단지(전용면적 84㎡, 10층 기준)씩 뽑아 총 50개 아파트 공시가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40% 가까이 뛰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올해 공시가격은 17억2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0.6% 급등했다. 지난해 10억원이던 반포구 반포동 ‘반포미도1차’ 공시가격은 올해 39.6% 오른 13억9600만원이다. 지난해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는 13억5200만원에서 18억5000만원으로 36.8% 올랐다.

같은 구·동에서도 단지별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들쑥날쑥했다. 5억6200만원이던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공시가격은 6억3400만원으로 12.8% 오른 반면 중계동 건영3차는 5억5800만원으로 7.9% 상승했다.

실거래가는 더 비싼데 공시가는 낮게 책정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최고 16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촌동 ‘이촌코오롱’은 올해 공시가격이 11억1600만원이다. 반면 16억3000만원에 최고가를 찍은 이촌동 ‘한강대우’의 올해 공시가격은 11억3300만원으로 이촌코오롱보다 1700만원 더 높았다. 두 단지는 불과 500m 떨어져 있다.

공시가격 3억~5억원대 아파트도 평균치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 한라비발디’의 올해 공시가격은 6억2200만원이다. 지난해(4억9400만원)와 비교하면 25.91% 급등했다. 지난해 4억800만원이던 도봉구 ‘방학동삼성래미안’ 공시가격은 올해 4억6500만원으로 14.0% 올랐다.

이들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정부가 밝힌 평균치보다 높다. 앞서 18일 국토부는 강남구와 마포구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각각 25.57%, 12.31%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공동주택에 아파트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연립·다세대 주택이 포함된 탓이다. 전국 공동주택 1383만 가구 중 19.6%(270만9693가구)는 연립·다세대주택이다.
공시가 25% 올렸다는 강남…도곡렉슬·반포미도 등 40% 급등 '속출'

들쭉날쭉 현실화율

강남권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급하게 뛰면서 최근 실거래가 반영률(현실화율)도 80%를 웃도는 곳이 속출했다. 반포동 ‘반포자이’ 공시가격은 올해 20억200만원이다. 지난달 2월 실거래가(25억1000만원)와 비교하면 실거래가 반영률이 약 80% 달한다. 정부가 밝힌 15억~30억원 아파트의 현실화율 75%보다 높다. 지난해 12월 11억1960만원에 손바뀜한 강동구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은 올해 공시가격이 9억900만원으로 반영률이 81.2%다. 9억~15억원 아파트의 현실화율을 70%로 제한하겠다는 국토부 설명과 배치된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면서 강남권에선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역전하는 단지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가격은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현실화율을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경기 침체 국면으로 가면 연말 종합부동산세 납부 시점엔 실제 시세 반영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가 아파트에 높은 현실화율을 적용하는 것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며 “저가 아파트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고가 아파트 하나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유리할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 산정과 이를 위한 적정 시세 파악은 한국감정원 조사원 550명의 판단에 달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공시가격 조사 시점과 과세 시점이 수개월 차이 나기 때문에 현재 조사 체계에서 변화하는 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허란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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