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전문가 진단

'돈 풀리면 호재' 기대 크지만
경기침체로 집값 상승은 역부족
국내 부동산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대 시대를 맞게 됐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시장에 호재다. 부동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오르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결정이라는 점에서다. 전세가격을 밀어올리고 보증부월세 등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0%대 금리…월세 늘고 전셋값 상승 가능성

미래 불확실…초저금리 의미없어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연 1.25%에서 연 0.75%로 내려가면서 사상 처음 0%대 금리시대가 열렸다. 그만큼 빚을 내서 집을 살 때 드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집값 상승의 가장 큰 호재 중 하나로 꼽히는 금리 인하에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가 내려갔다는 것 자체보다 금리가 이렇게까지 내려간 배경이 중요하다”며 “이자 부담 경감, 레버지리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경기 위축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급격한 시장 위축을 방어하는 정도의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을 사는 행위에는 미래 소득과 일자리가 안정된다는 기대가 깔려있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금리 인하를 ‘빚을 내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9월 말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금리 인하=부동산가격 상승’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5.25%에서 2%까지 떨어졌지만 아파트 가격은 하락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47%, 서울은 3.56% 떨어졌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이미 강력한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데다 자금출처 조사 강화,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 등이 누적돼 있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라며 “다만 시장 공포가 진정되면 장기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투자자들에게는 분명한 호재”라고 분석했다.

금리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는 다소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센터 부장은 “이번 금리 인하가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수익형 부동산에 리스크가 전이되는 속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다만 상가는 온라인 유통시장으로의 변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월세 선호…전세시장은 더 불안

전세시장에서는 가격 상승과 월세선호 현상 등 불안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기예금 이율이 연 1%대에 불과해 집주인들이 목돈보다는 정기적인 현금 확보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 주요지역 등 입주가 부족해 임대인이 우위인 곳에서는 전세 대신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지 않고 기다린다”며 “전세가격은 오히려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부동산시장 과열이 아직까지 식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2월 은행의 가계 및 개인사업자 대출 순증 규모는 11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금리 인하,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책이 주택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인호 연구위원도 “그동안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부동산시장으로의 유입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유동성이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에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배정철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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