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형 면적대 주택형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5억원 이상 오른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한경DB
올해 중형 면적대 주택형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5억원 이상 오른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한경DB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07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20% 이상 상승했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주택은 1년 만에 10만 가구 늘었다. 앞으로 세율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서울·대전 14%↑…강남 상승률 25%

국토교통부는 18일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이 5.9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22.73%)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5.23%)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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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14.75%)과 대전(14.06%)의 상승폭이 컸다. 서울은 지난해 14.01%가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전의 상승률은 전년 대비 10%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지난해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영향이다. 부산(0.06%)과 인천(0.88%)은 상승 반전한 반면 대구(-0.01%)는 마이너스 변동률로 전환했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권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5% 안팎 오른 데 이어 올해도 각각 25.57%와 22.57% 상승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주택형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9억원대에서 올해 25억원대로 5억 이상 급등했다. 양천구(18.36%)와 송파구(18.45%)도 큰 폭으로 올랐다.

강남권 공시가격이 급등한 건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공시가격을 시세의 일정 수준으로 맞추는 현실화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시세 30억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를 80%, 15억~30억 주택은 75%, 9억~15억은 70%로 제시한 바 있다. 공시가격 산정을 이 기준에 맞추면서 시세 30억 이상 주택의 상승률은 27.39%, 15억~30억 주택은 26.18% 급등했다. 강남권 대부분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30% 가까이 올랐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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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4억 인상 수두룩…‘보유세 폭탄’ 예고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 등 각종 세제를 따지는 기준이 된다. 특히 공시가격 기준 9억 초과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 부담이 무겁다. 종부세 대상 주택은 지난해 21만8124가구에서 올해 30만9361가구로 1년 만에 10만 가구 가량 늘었다. 대부분 서울에 쏠려 있다. 서울의 공시가격 9억 초과 아파트는 28만842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종부세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상향됐기 때문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에 대입해 과세표준을 구하는 기준이다. 올해 기준은 90%다. 공시가격 15억짜리 아파트라면 종부세 납부기준(9억원)을 초과하는 6억원에 대해 이 비율을 대입한 5억4000만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분 등을 반영한 보유세는 1주택자의 경우도 수백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지난해 19억에서 올해 25억원으로 오른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경우 1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합계는 올해 1321만원으로 전년 대비 400만원가량 증가한다. 만 59세 소유자가 5년 미만 보유했을 경우를 가정한 계산이다.

같은 조건으로 올해 공시가격이 21억원으로 전년 대비 6억 오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를 계산하면 보유세 합계는 621만원에서 907만원으로 증가한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가 부과된다. 보유세 합계는 330만원 가량이다.
아파트 공시가격, 13년 만에 최대 5.99% 상승…강남 25% '급등'
◆‘트라움하우스5차’ 15년째 1위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공동주택은 서초동 고급빌라 트라움하우스5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15년째 1위다. 서리풀공원 인근에 들어선 이 단지 전용 273㎡의 공시가격은 69억9200만원으로 상정됐다. 한남동 한남더힐(전용 244㎡·65억6800만원)과 삼성동 아이파크(전용 269㎡·65억6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 해변에 들어선 엘시티는 서울 이외 지역 공동주택 가운데 유일하게 상위 10위에 들었다. 이 단지 전용 244㎡의 공시가격은 54억3200만원이다.

전국의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은 2억1124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평균 4억3965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세종(2억3791만원)과 경기(2억1304만원)가 뒤를 이었다. 강원도는 평균 공시가격이 9027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1월1일을 기준으로 전국 모든 아파트와 빌라 등에 대해 조사해 산정한다. 대상만 1383만 가구다. 소유자 열람과 의견 청취는 1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진행된다.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다. 다음달 29일 결정공시를 거친 뒤 이의신청을 받아 6월 말 최종적으로 조정 및 공시하게 된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올해는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낮았던 고가주택의 현실화율을 제고했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마련해 10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