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급매물만 소진돼…비강남권은 키 맞추기·풍선효과 지속
풍선효과 컸던 수도권은 급매물 거래·실수요 위주로 재편 양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고가주택에 대한 부동산 거래 신고가 대폭 강화되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계속 관망세가 짙어지며 이제는 손님들의 발길과 매수 문의조차 뚝 끊긴 상황이다.

반면, 비강남권 인기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아파트들이 키 맞추기(갭 메우기)를 하면서 풍선효과가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풍선효과가 커졌던 수도권 지역은 외지인 투자가 주춤하고 급매물 거래와 실수요 위주로 거래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코로나 확산·거래신고 강화에 서울 강남권 매수 문의조차 '뚝'
◇ 3.3㎡당 1억원 찍은 반포, 이젠 4억원 낮춘 급매물 거래
작년 3.3㎡당 1억원 시대를 연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최근 가격이 4억원 이상 하락해 매매 계약된 단지가 등장했다.

지난해 9월 중순 26억3천만원에 거래된 '반포 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12일 22억원(18층)에 매매 계약되면서 가격이 4억3천만원이나 떨어졌다.

단지 내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어마어마하게 싼 급매물"이라며 "코로나와 주택거래 신고 강화 여파로 매수문의 전화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래가 위축된 데다, 정부가 지난 13일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은 자금 조달과 관련한 증빙서류까지 내도록 규제가 강화되자 강남권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영업하는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주택거래 신고 강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문의가 많다"며 "부동산 경기에 코로나가 큰 변수인데, 주택거래 허가제나 다름없는 정부의 규제 강화 시책으로 일하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중개업소가 있는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올해 초만 해도 전용 136㎡가 19억원(1단지)에 실거래됐으나 지난 9일 17억3천만원(2단지)까지 가격이 낮아져 매매 계약됐다.

강남구 일대 중개업소는 대부분 급매물을 소개하는 안내장을 붙이고, 최근 들어 아예 출근하지 않고 전화 응대만 하는 곳도 있다.

반면, 전체적으로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비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곳들 중심으로 가격 키 맞추기와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 현대' 전용 84.87㎡는 정부의 12·16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작년 12월 13일에 8억1천500만원 거래됐는데, 지난 11일 9억5천만원으로 1억4천만원이나 오른 금액으로 손바뀜됐다.
코로나 확산·거래신고 강화에 서울 강남권 매수 문의조차 '뚝'
마포구에서 영업하는 한 중개업소 소장은 "마포구 일대 중대형 아파트는 대출이 안 돼 거래가 올스톱"이라면서도 "마포현대가 금액이 낮았던 아파트라 매물이 나오자마자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 푸르지오'는 지난 12일 전용 84.2㎡가 10억원에 매매계약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7억원 후반대에 거래된 이 면적대가 한 달여 만에 무려 2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이 지역 재개발과 교통 호재 등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84㎡가 8억8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전용 71㎡도 지난 14일 6억7천200만원에 매매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매물이 워낙 없어서 나오면 바로바로 나간다"며 "가격도 9억원 이하라 주택거래 신고 강화 여파도 없다"고 전했다.

◇ 수도권은 외지인 투자 주춤…바람 빠지는 풍선효과
한바탕 풍선효과가 불었던 수도권은 코로나19와 주택거래 신고 강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외지인 투자가 현저히 감소하고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정부의 2·20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도 매물을 찾는 외지인 투자자들이 있지만, 방문객이나 매수 문의가 이전보다 훨씬 뜸하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가 위치한 단지인 장안구 천천동 '삼호진덕'은 전용 59.99㎡가 2·20대책 이전인 지난달 8일 2억9천만원에 매매됐으나 9일 2억8천300만원, 13일 2억7천500만원으로 잇달아 매매가격이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투기과열지구로 격상될 가능성이 점쳐졌다가 빠지면서 가격이 강세를 보인 용인시 수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에 있는 '성동마을 수지자이 2차'는 지난달 29일 전용 159㎡가 8억2천80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가 거래 신고가 강화된 지난 13일 6억6천500만원에 실거래 계약됐다.

이 단지에서 영업하는 한 중개업소 직원은 "현재 정상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매물은 7억9천만원에 나와 있다"면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에 부담을 느껴 매수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비규제지역으로 최근 풍선효과가 커졌던 인천도 이번 주에 매맷값이 낮아진 급매물 거래가 다수 이뤄지며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변하는 분위기다.

비규제지역에서도 6억원 이상 주택을 구매하는 계약을 하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더샵 마스터뷰'는 거래 신고가 강화된 지난 13일 전용 148.72㎡가 11억5천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면적 거래가 이뤄진 지난해 7월 말 매맷값(13억1천500만원)보다 1억6천500만원이나 싼 금액이다.

이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출이 9억원 이상이라 급매로 나온 물건"이라며 "코로나와 거래 신고 강화 여파로 현재 투자자들은 다 빠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온다"고 소개했다.
코로나 확산·거래신고 강화에 서울 강남권 매수 문의조차 '뚝'
인천 서구 청라동 '호반 베르디움 앤 영무예다음'은 전용 59.936㎡가 지난달 28일 4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이래 지난 6일 3억8천900만원, 13일 3억7천만원으로 하락세가 지속했다.

인천 남동구 서창동 '이편한세상 서창'도 지난달 2일 4억9천500만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전용 84.92㎡가 지난 13일 4억8천만원으로 매맷값이 떨어졌다.

2차 풍선효과로 가격이 들썩인 화성, 시흥 등의 비규제지역도 이런 영향이 미치고 있다.

화성시 병점동 '안화동마을 주공5단지'는 지난달 29일 전용 84.87㎡가 2억8천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지난 13일 같은 면적, 같은 층 물건이 2억2천만원으로 가격이 6천만원 하락했다.

이 단지 내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직원은 "코로나 사태로 풍선효과가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흥시 장현동 '장현N플러스빌Ⅱ'도 전용 59.235㎡가 지난 4일 1억9천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지난 13일 1억5천400만원까지 가격이 하향 조정됐다.

이 지역 일대 중개업소 소장은 "1월 말까지만 해도 극성이었던 갭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코로나 영향으로 요즘 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고가주택은 코로나 사태에 주택거래 신고가 강화되면서 매수심리 실종에 따른 가격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풍선효과도 시들해질 것으로 예상돼 묻지마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