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구 일대 아파트.  /한경 DB
‘12·16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구 일대 아파트. /한경 DB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담은 ‘12·16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몇 달새 2억~3억원씩 내린 단지도 많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16 대책 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제히 떨어지는 중이다. 서초구가 0.23% 떨어지며 강남 3구 중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강남(-0.15%), 송파(-0.14%)도 낙폭이 컸다.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은 지난달 셋째주 7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전환한 후 계속 내리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 하락이 눈에 띈다.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12월 23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최고가를 찍었으나 3개월여만에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서초구 재건축 단지들도 1억~2억원 이상 내렸다. 서초동 ‘진흥’ 아파트 전용 84㎡ 작년 말 20억4000만원에 팔렸으나 지난달엔 18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10% 넘게 하락했다.

인기 구축이나 준신축 아파트에서도 급매물이 나오며 실거래가가 하락했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5㎡는 역대 최고가와 비교하면 3억~4억원 가량 빠졌다. 작년 말 29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24억1000만~26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11년차 아파트인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 106㎡도 작년 11월 28억원을 찍었지만 최근엔 25억5000만원에 팔렸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 문의가 크게 줄었다”며 “대출도 안나오고 집을 사면 자금출처 조사도 받아야하는데 집을 사겠다고 나설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도 “매도가 급한 급매 매물말고는 잘 거래가 안된다”고 전했다.

당분간 강남권 초고가 단지들의 매수세 위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강남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며 “지난해까지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기 둔화 여파까지 겹친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강남권 약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