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 이어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동산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 이어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동산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악화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비치면서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는 시중에 유동자금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호재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기 급등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코로나19 등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낮아진 대출금리가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시경제 상황에 달려”

지난 4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경제 피해가 커지자 Fed는 3일 특별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한은도 다음달 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이달 열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금리 인하說 '솔솔'…부동산으로 돈 몰리나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리 인하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늘어서다. 투자 비용인 대출 부담이 낮아져 부동산 투자 수요도 늘어난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1.5%로 낮추자 6월 -0.09%였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한국감정원 기준)은 8월 0.14%로 상승 전환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낮춘다고 곧바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동자금이 일단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리를 낮춰도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면 유동자금은 안전자산인 부동산에 쏠릴 것”이라며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비규제 지역에서 먼저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 이후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거시경제가 크게 위축돼 부동산 경기도 영향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 제조업 등 국내 경기 전반이 나빠진 탓에 당장 부동산 가격이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며 “올 하반기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 부동산에 유동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라는 요인 하나로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2016년 6월 1.25%였던 기준금리는 2018년 11월 1.75%로 올랐다. 반대로 서울 아파트값은 그 기간 15.2% 상승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늘더라도 대출 규제, 수급 상황, 소비심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부동산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과열 주의해야”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익형 부동산은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아파트에 비해 대출 규제가 적어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박 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상가, 꼬마빌딩 등은 투자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전셋값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금리가 낮아지면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아진다”며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세입자의 대출 부담이 줄면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 인하에 따라 집값 과열이 재연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투자와 소비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자칫 부동산 시장만 과열될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 투자를 억제해야 금리 인하로 인한 부동산 과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허란/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