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공공사를 시작으로 2022년 민간공사까지 확대해 실시되는 종합건설과 전문건설간 업역(業域)구분 폐지 정책 변동과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양측 업계와 정부, 학계 등이 함께 해온 이른바 ‘정책중개자’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종합건설업(원도급)과 전문건설업(하도급) 중 전문건설업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홍윤오 대한전문건설신문 주간이 최근 발표한 ‘건설업 업역구분 정책변동 연구’라는 제목의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논문에서 나왔다.

홍윤오 주간은 “건설업의 양대 축인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간 칸막이식 업역이 폐지되는 과정은 한정된 시장을 놓고 이익을 다투는 다른 분야 정책변동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칸막이식 업역규제는 1990년대부터 폐지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의제형성기(노무현정부)와 의제성숙기(이명박·박근혜정부) 때는 무산됐다가 문재인정부 들어서서 종합건설 및 전문건설업계와 정부, 민간 등으로 구성된 건설산업혁신위원회의 주도적인 역할에 의해 2018년12월 마침내 폐지하기로 법제화됐다. 이 과정에서 양 업계 신념체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갈등·대립구도가 상생·합의구도로 바뀌었다.

아울러 정부여당은 종합건설에 비해 전문건설을 상대적 약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법과 제도가 전문건설에 유리한 쪽으로 변하가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 건설시장의 축소와 물량감소,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축소 등 건설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안좋아지는 상황에서 ‘변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감과 해외진출 및 신기술 도입, 그리고 선진국에 비해 가장 폐쇄적인 업역칸막이 구조 철폐 필요성 등에 대한 신념이 공유되기 시작해 결국 정책변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홍 주간은 “업역규제 폐지로 인한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유·불리를 당장 따질 수 없으며 향후 시대적 변화요구에 맞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라면서 “앞으로는 종합건설이냐 전문건설이냐는 차이보다는 시공관리와 직접시공 역량, 그리고 스마트건설기술과 같은 신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할 경우는 도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논문은 이와함께 정부 부처와 조직간 활발한 정보공유와 소통, 성찰적 자세를 강조하면서 건설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상시조직으로 ‘건설산업발전위원회(가칭)’를 설치할 것을 정책대안으로 제안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